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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만들어준 추억.   PurpleRain Date : 2004-12-28 18:16:21 | hit : 974  참 눈이 많이 오던 날이었다.. 너무 오래 되서..무엇 때문이었는지는 기억이 잘 나질 않는다.. 삐죽 튀어나온 입을 조심스레 어루만져 주고 싶었다.. 무표정인 얼굴도 강제로 웃는 얼굴로 만들고 싶었다.. 삐졌다..그아이.. 그리고는 집으로 가버렸다.. 1년 반동안 한번도 싸우지 않았던 우리에게는..큰 사건이었다.. 주차 알바를 하던 내내..그 얼굴이 떠나질 않았다.. 넉살 좋은 성격이 아닌 날 몇번이고 원망하며..어떻게 풀어줄지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9시..알바가 끝났다.. 무작정 그 아이의 집으로 갔다.. 4층과 5층의 아파트 계단에서 한참을 고민하고 있는데..눈이 오기 시작했다.. 하늘이 고마웠다.. 그냥..고마웠다.. 날씨는 조금 추웠지만..내리는 눈 때문에 왠지 모르는 용기도 생기는것 같았고..조금은 포근해 지는 느낌이 들었다.. 눈 색깔이 변한다.. 하늘을 보면..검은색 눈.. 그아이가 살고 있는 5층을 지날때면..하얀색 눈.. 5층을 지나 4층으로 떨어질때면..노락색 눈.. 그렇게..그아이의 창가에서 흘러 나오는 불빛과 함께 떨어지는 눈을 보고 있었다.. 모르게 해주세요.. 모르게 해주세요.. 그아이가 눈이 오는걸 몰랐으면 하고..간절히 바랬다.. 지금 함박눈이 무지하게 온다는 이유로..전화를 해야만 했다.. 그리고 이말도 해야 했다.. 꼭..아파트 복도쪽에 위치한 너의 방 창문으로 봐야 한다고.. 그래야..창문을 열었을때..내 얼굴이 확 튀어 나올테니까.. 속으로 그 장면을 상상하며..바보처럼 웃었다.. 바보처럼 웃으며..한시간 반동안 아파트 계단에서 했던 고민을 끝냈다.. 따르릉... "여보세요.." "나야..뭐해..?" "응..그냥 있었어..알바 끝났어..? 힘들겠다..빨리 들어가서 자.." (아직도 조금 삐져있다 ㅡㅡ) "지금 밖에 눈와~!! 함박눈~~ 함 봐봐~" "정말..?" (그아이의 목소리가 조금 높아졌다..조금씩 삐져있던걸 잊어버리고 있다..ㅋ) "응~ 디게 많이 온당~ 빨리 빨리 보고 와~ 기다리고 있을께~" "응 알았어. 잠깐만~" (흐흐흐..창문이 열리면..갑자기 내 얼굴을 디밀면..무자게 놀래겠지..열기만 해봐라~ㅋㅋㅋ) 잠깐의 시간이 지나고.. "응 보고 왔어~!! 많이 오는거 같긴 한데..잘 안보여~" "어디서 봤는데 ㅡㅡ?" "안방 베란다에서~ 어두워서 잘 안보여~" (그 말을 안했다..ㅡㅡ 니방 창문으로 봐야 한다고... 니방 창문 밑에서 쭈그리고 앉아 있었는데...ㅡㅡ;) "에이~그러니까 잘 안보이지~ 니방 창문으로 봐봐~ 그럼 잘 보일꺼야.." "아니야~ 벌써 봤는데 멀.. 오빠 집이야 ?" "응 집..ㅡㅡ 니 방 창문에서 함 봐봐~ 디게 많이 온단말야.." "내 방 창문 열면 추운데...알았어. 전화 끊고 있다가 볼께~" "지금 봐야 돼 ㅡㅡ!" "왜?" "그냥. 있다가는 안올지도 모르잖아 ㅡㅡ 얼마나 이뿐데~!!! 한번만 니방 창문 열어서 봐봐..응 ?" "흠..알았어..잠깐만~" (ㅋㅋ성공이당..조금 찝찝하게 되긴 했지만..ㅡㅡ) 드르륵.. 창문이 열린다.. 난 비상계단 입구에 숨어 있었다.. 그아이 목소리가 전화기를 통해 들려온다.. 전화기 밖에서도 들려온다 ㅡㅡ "우와~ 디게 많이 온다~!!" "그치 ? 그것봐~ 거기서 봐야지 잘 보이잖아~" "디게 이쁘다.....(감상중)" "우왁!!!!!!!!!!!!!!!" 그아이가 빠르게 뒷걸음질 친다..ㅡㅡ 내 얼굴이 무서웠던거 같다 ㅡㅡ;; "히히히~ 놀랬지롱~ㅋㅋ" "머야~~놀랬잖아!!!" "놀래라고 한건데 당연히 놀래야징~ㅋㅋ" "언제 온거야?? 응 ?? 날씨도 추운데 언제부터 거기 있었던거야 ?? 응 ??" 또 내걱정이다 ㅡㅡ 밥팅이.. "얼마 안됐엉~" 그아이의 방과..잠옷을 입은 그아이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보지마~!! 나 지금 폐인이란 말야 !!" "잠옷 이쁜데~ㅋ" "이궁..이 웬수탱이.." "미안..." "뭐가 ?" "아까 낮에.." "그것 때문에 이런거야 ?? 으이그~ 정말 내가 오빠땜에 못살아~~" "풀렸지 ?? 그치 ^^??" "바보..." 그아이가 웃는다.. 나도 웃었다.. 눈이 만들어 주었던..그아이와 나의 추억... 웃음이 멈추지 않을만큼... 아파져버린...가슴 쓰라린 추억... 누군가... 추억 속으로 들어갈 수 있는 길을 알려 주었으면 좋겠다... 추억 속에서는...빈 마음이 아닐테니까... 지금처럼... 차가워진 빈 마음으로 웃지 않아도 되니까.... 춥다..... 그아이를 그리워 하는 일은........

12월21일  참 이쁜 추억이네요.....   [ 2005-01-15 18:45:1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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