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으면 재로 변하는 그 끔찍한 무기 앞에서 내가 여유롭게 웃어대자 놈은 정말 또라이 취급하며 불쌍하게 쳐다본다. 그런 놈에게 나는 무기를 고쳐 쥐고 한발, 두발 내딛기 시작했다.
-기이이잉....
놈이 광선버튼을 누른 모양이다. 나를 투영하는 적색 광선이 몸 중앙을 통과하니 말이다.
“아..아니? 이게 어떻게 된 거야?”
후후후... 멀쩡한 나를 보며 놈은 놀라버린 모양이다.
귀신을 본듯 얼이 빠져 쥐고 있던 광선총마저 놓치다니… 멍청한 놈.
"지옥으로 꺼져라."
-스겅
무기를 고쳐 쥐고 배에서 가슴 쪽으로 내리그으며 놈의 생명을 절단 내버린 나는 분명 광선총이나 광선검 같은 미래의 무기를 사용해봤자 놈들에게 별다른 위해(危害)를 끼치지 못하지만 나 역시도 영향을 받지 않는다.
이것이 그가 말한 나만의 능력이었고 내가 이 시대의 마지막 영웅이 될 수밖에 없던 이유인 것 이다.
"꺄아아아악~~~~"
쓰레기를 치운 후 늘 하던 대로 녀석을 전시하기 위해 머리를 자르던 나를 보며 위험으로부터 구출된 여성은 긴 비명을 질렀다. 아마 살았다는 안도감과 잔인함을 동시에 느끼면서 한 행동이리라.
"안심하십시요."
미래도시의 우범지역은 상상을 초월한다.
범행자체도 잔악하고 주도 면밀한 것은 물론이고 무기도 다양하고 위력이 강해 버튼 하나로 사람을 재로 만든다거나 폭파시키는 것은 우습기 때문이다. 그런 이곳을 사람들이 떠나지 못하는 이유는 바로 환경오염과 가난이었다. 범죄가 성행하고 법이 무시당하는 이곳은 거주를 위해 필요한 돈이 최소였기에 사람들은 발이 묶여 있는 것이다. 다른 지역은 너무 비싸고 그 외의 지역은 오염으로 인해 사람이 살 수 없는 지역이라 울며 겨자 먹기로 이곳에서 생활을 하는 것.
어찌 보면 불공평한 세상이다. 이 우범지역에서 피해보는 이들은 가난하고 갈 곳 없는 힘없는 서민이기 때문이다.
저 여인 역시 늦은 노동으로 인해 밤길을 겁 없이 돌아다니다 일을 당한 것 같았다. 자신에게 그런 끔찍한 일은 일어나지 않겠지 라는 안일한 생각이 현실로 찾아왔을 때 두려움이란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후회 또한 대단하지 않겠는가?
바들바들 떨며 아직도 공포에 사로잡힌 여인에게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제법 멋지게 손을 내밀어 일으켜주려 했지만 여인은 바닥에 털썩 주저앉아 오줌까지 지리며 아직도 제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하긴 저 무기 달린 장갑이 자신의 온몸을 훑으며 희롱 당할 뻔 했는데 오죽했을까?
"안심하세요. 이제 안전합니다. 그러게 왜 밤거리를 돌아다니세요? 일단 일어서세요."
뺨을 두드리듯 살짝 건드리며 여자를 안심시키기 위해 끝까지 미소를 잃지 않는 나의 노력에 보답하겠다는 듯 여자는 드디어 내 쪽으로 시선을 돌리며 굵은 눈물방울을 흘려댔다.
그 여인의 안타까움은 내 심장으로 파고들었고 그 생소한 느낌에 어쩔 줄 몰랐던 나는 검지손가락으로 그녀의 눈물을 닦아주다 살포시 안게 되었다. 아직도 그녀의 어깨가 떨려오는 것을 느끼며 더욱 꼭 안던 나는 그녀의 붉고 타는듯한 입술 위에 내 입술을 포개었다.
뜨거워지는 그녀의 입김. 관능적으로 변해버린 그녀의 몸놀림.
어느새 그녀의 떨림은 사그라들었고 그녀는 나의 바람대로 두려움을 털 수 있었다. 그런데....
"죽엇!!!!"
"윽!!!!!"
이건 무엇이란 말인가?
왜 그녀가 나에게 칼을 휘두른 것이지?
그것도 나의 무기로?
“멍청한 놈. 그 동안 우리동료들이 네놈에게 그렇게 죽어갔겠지? 그 무식한 칼로? 크크크.”
동료? 그녀가 동료라고?
겁에 질려 오줌까지 지린 그녀가?
아... 무기를 내 몸에서 떨어뜨린 나의 방심이 이런 결과를 초래하다니...
배 언저리를 움켜쥐고 고통에 숨을 몰아 쉬던 나는 한가지 결론을 얻을 수 있었다.
그녀도 그 사내와 한패였던 것!!!
아마도 그녀는 악들의 천적인 나를 없애기 위해 투입된 솜씨 좋은 킬러인것 같다.
내 무기를 손에 쥔 그녀가 무기 끝에 맺힌 핏물을 핥으며 잔인하게 웃음을 보내고 있으니 말이다.
이시대 마지막 영웅(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