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들의 잘못은 뉘우치지 못하고 무조건 살려달라 발버둥치는 더러운 악의 족속을 팔뚝만한 나의 무기로 내리그어버린 나는 한번 더 진득한 혈 향에 아찔함을 느낄 수 있었다. 불길처럼 타오르는 착각의 피 분수. 이럴 땐 내가 꼭 아수라가 된 기분이다.
"살려......"
처음에는 그에게 받은 레이저 총으로 악을 처단하려 했었다.
하지만 나는 과거의 인물이라 그런지 그 총은 악에게 통용되지 않았던 것이다. 때문에 나는 구시대의 무기를 택할 수 밖에 없었다. 팔뚝만한 크기의 날이 시퍼렇게 서있는 칼 말이다. 물론 처음엔 이 무기를 쓰는 것을 꺼려 했었다. 도무지 폼이 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웅은 일반인들에게 정신적인 지주인 법. 모양새는 그 다음문제이기에 하루빨리 악을 처단하기 위해 일어섰고 어느새 이 무기는 나의 다정한 친구처럼 항상 내 근처에 자리잡게 되었다.
"도대체......나에게 왜...쿠..쿨럭.."
피를 토하는 더러운 악. 몇 번의 칼부림에도 그 질긴 생명력은 내게 대항하듯 붙어있었다.
대답할 가치조차 없는 물음이지만 난 아량 넓은 영웅이기에 그에게 짤막하게 대답했다.
"빛의 세계에선 너 같은 쓰레기를 반기지 않는다. 한줄기 빛도 없는 어둠에 묻혀 그 동안의 잘못을 뉘우쳐라. 그 동안의 죄는 그림자처럼 네놈을 따라붙을 것이다."
-스겅...
"으아아아악!!!!"
긴 비명은 조금씩 사그라 들었고 더러운 쓰레기는 정화되었다.
맡은바 임무를 수행한 지금 한층 더 고조된 피로가 나를 급습한다.
영웅이지만 나는 사람이기에 얼마간의 휴식이 필요한 것이다.
"오늘밤은 여기까지 해야겠군."
늘 그랬듯이 나는 악에게 경고하는 의미로 쓰레기의 목을 절단해서 가슴 위에 올려놓는다. 일종의 효시효과인 것이다. 하지만 별다른 성과는 없는 것 같다. 이 적막한 도시에 도사리는 악의 수는 상상을 초월하기 때문이다.
-파밧...
이제는 죽은 고깃덩이에 불과한 악의 잔재.
죽으면 저리 될 세상 좀 착하게 살 것이지...
쯧쯔...
이시대 마지막 영웅(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