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을 몰아 쉬는 나는 오늘도 이 시대의 마지막 정의를 실현할 수 있었다.
범죄와 악이 성행하는 더러운 도시에서의 유희.
사람들은 나를 영웅이라 칭송한다.
영웅은 늘 그랬듯이 악의무리를 처단해야 사람들의 존경을 받는다.
그들의 손에 무수히 죽어가는 악의무리들. 잔인하고 시원하게 처단하면 할 수록 영웅의 주가는 올라가는 법.
TV속 영웅은 특수한 능력을 지닌 이들이 많다.
하지만 나는 일반인들과 똑같은 영웅이다.
나의 평이한 성격, 튀지 않는 외모, 어눌한 말솜씨 등은 나를 일반인들과 똑같이 보이게 하는 특징들이다. 때문에 나를 알아보는 이가 많지 않다. 하지만 영웅은 꼭 극한의 상황에 나타나 인정 받기 마련이다. 그 편이 일반인들에게 오히려 더 영웅을 사랑하는 마음을 심어주지 않던가?
오늘은 골목을 더럽히는 쓰레기를 처단했다. 때문에 이렇듯 심신이 고단 하여 아직도 숨을 몰아 쉬고 있는 것이고 역한 피 냄새에 구역질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오늘도 그 쓰레기를 시원하게 처단한 나는 나름대로의 주가를 올려 기분은 썩 좋은 편이다.
아... 이곳에 대한 설명을 아직 안 했군.
이곳은 만화에서 나오는 그런 미래 도시의 우범(虞犯)지역이다. 놀랄만한 일이 아닌가? 나 역시도 이런 곳으로 오게 될 줄은 꿈에도 생각 못했다.
미래도시라니. 지나가던 개가 웃지 않겠는가? 하지만 거짓말 같은 일이 내게 일어난 것이다.
똑같은 사람, 똑같은 하늘. 늘 노동으로 심신을 고단하게 하는 나의 아침은 그렇게 똑같았지만 무언가 바뀌었다. 그것은 바로 주위환경이었는데 하루아침에 80층짜리 고층건물이 빽빽하게 들어서있었고 사람들은 모두 쫘악 붙는 타이트한 옷을 입고 다녔으며 자동차들이 바퀴가 사라져 날아다니고 있던 것이다.
이 엄청난 변화에 나는 어안이 벙벙했으나 어떤 사람의 설명으로 이곳에서의 나의 자리를 찾을 수 있었다.
"당신은 이 시대의 마지막 영웅입니다. 어둠으로 가득 찬 이곳을 정화시키는 단 하나의 희망인 것입니다."
"왜 제가 하필......"
"능력이 뛰어난 사람들을 지구방위대로 편성해 외계인들의 침공을 대비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지금 우주로 파견된 상태이죠. 이 도시를 지킬 사람은 당신밖에 없습니다. 도와주십시오."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단순노동이고...... 또...... 이곳이 어디인지 모르겠는데......"
"당신은 영웅으로 간택된 이유는 당신이 모르는 능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악을 만날 때 비로소 나타나는 당신만의 능력으로 이 도시를 정화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당신을 이곳으로 초청했습니다. 원치 않으시면 당신의 안일한 일상으로 되돌려 보내드리겠습니다. 이곳에서 영웅으로 계시던지, 원래의 곳으로 가실지는 스스로 결정하십시오."
매일 똑같고 지루한 일상, 무미건조한 생활, 소심한 성격 탓에 자신의 주장도 제대로 펼치지 못한 그 동안의 일들. 나는 그런 일상보단 영웅의 화려하고 불꽃같은 삶은 택한 것이고 그의 설명에 따라 도시를 어지럽히는 악을 하루에 세 번, 많으면 다섯 번 정도 사그라뜨리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이시대 마지막 영웅(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