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나 일진이다. 건들면 재미없어.'라고 쓰여진 모습을 하고 있는 자신들에게 못마땅한 표정을 짓고, 마땅찮은 말투로 말하며 다가오는 지나치게 예쁜 여자의 모습에 당황한 것이다.
난 그런그들의 모습에 신경쓰지 않고 그 중에 가장 서열이 높아보이는 아이에게 손을 내밀었다.
- .....
-뭘 그렇게 쳐다봐? 빨리 담배내놔.
내 그런 태도에 정신을 차리고 흥분한 것은 내 앞에 있는 아이가 아니었다.
정작그 아이는 가만히 있는데 주위에 있던 아이들이 눈에 불을 켜고는달려든 것이다.
-이 씹... 이년이 보자보자 하니까!
-이봐! 지금 선생이라고 그러는 모양인데 좋은 말로 할때 나가!
-선배님! 여자라고 봐줄것 없지 않습니까?
-야! 이계집 끌어내.
라는 말이 들렸고 마지막 말이 끝남과 동시에 내 팔목을 누군가 세게 쥐었다.
그때까지도 그 아이들을 무시하고 가만히 서 있기만 했던 나는 약간 당황스러웠다.
내가 어떻게 할까... 망설이고 있을때, 주위가 일순간 조용해졌다.
내앞의 아이가 잡혀있는 내팔을 잡아당겨 담배갑을 쥐어주면서 다른 아이들을 노려보며,
-조용해!
라고 말했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모두 조용해졌고 내 팔도 자유로와 졌다.
만족한 미소를 지은 채, 그 아이를 한 번 바라보고는 담배가 쥐어진 내 손을 바라본 나는 옥상에 올라온 후, 가장 당황스러웠다.
예민한 피부인 내 손목이 파랗게 멍들어 있었기 때문이다.
'요한이가 보면 이 애들 반 죽어 나갈텐데...'
약간의 걱정이 밀려왔지만, 일단 내 팔목에 흉한 멍이 생겼다는 것에 화가 난 나는 지금까지완 달리 아이들을 매섭게 노려보며 말했다.
-너희가 이학교 불량써클이야?
-일진입니다.
꼽다는 듯한 내 말투에 아이들은 화가 났는지, 다시 얼굴이 벌게지면서 험악한 표정을 지었지만, 나에게 담배를 쥐어준 아이가 담담히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하자 이내 분하다는 표정으로 주먹만 오그렸다, 폈다 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 모습에 기죽을 내가 아니었고, 난 더더욱 오만한 표정을 꾸민채, 다시 조롱가득한 어투로 말했다.
-말이 좋아 일진이지. 솔직히 불량써클에 더 가까운거 아냐?
그런 내 말에 내 앞의 아이를 제외한 아이들이 다시 무슨말인가 하려고 덤벼들었다. 그러나 앞의 아이가 한번 노려보자 다시 조용해 졌다.
아이들을 조용히 시킨 앞의 아이가 살짝 미소를 띄었고, 차분한 목소리로 말을 꺼냈다.
-그렇게 말씀하시면 섭섭한데요. 저희는 그런 양아치들하고 달라요.
-뭐가 달라?
-모든게 다르죠. 저희는 약한 애들을 괴롭히지도 않고, 돈을 뺏거나 하는건 더더욱 아니고, 쓸데없이 시비걸어서 싸우게 되면, 학교에서 받는것 보다 더 심하게 징계를 먹습니다. 정의라는 명목으로 만들어진 거창한 곳은 아니지만 나름대로 부끄러워할 만한 일은 저지르지 않거든요.
그 아이는 제법 진지하고 예의 바르게 말했고, 그런 그 아이의 모습에 나역시 살짝 미소를 띄고는 조금전까지와는 달리 부드럽게 물었다.
-몇학년, 몇반, 이름?
-네?
내 질문에 다시 되묻는 그 아이의 말투에서 그 아이역시 나의 달라진 태도에 놀랐다는 걸 알았지만, 나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은채 빙긋이 웃어주기만 했다.
그러자 그 아이역시 살짝 미소짓고는 대답해 주었다.
- *^^*
-2학년 3반 민 우민입니다.
-우민이라... 근데 너희 조직? 서열관계가 너무 엉망이야.
-네??
-니가 나한테 담배를 줬으면, 나머지 녀석들은 당연히 자진 납부해야 되는거 아냐?
내 뜬금없는 말에 잠시 의아해하던 우민이는 내 마지막말이 끝나자, 그제서야 무슨말인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고, 다른 아이들에게 무언의 명령을 내렸다.
아이들은 한결같이 불만스러워 보였지만 누구하나 거역하지는 않는걸 보니 꽤 많이 교육? 받은 모양이었다.
- ....
-대답이 없네... 하긴, 너희들 맘 이해못하는건 아냐. 내 남편은 나 담배피우는 거 정말 질색하는데, 뜻대로 끊어지지는 않더라구... -_-
아이들이 대답이 없자 난 다시 혼자서 주절거렸고 내 마지막 말에는 모두 뜨악하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무엇때문에 그런 표정을 짓는지 잘 알고 있는나는 조용히 질문을 기다렸고, 역시나 우민이가 놀랐다는게 역력한 목소리로 질문을 해왔다.
-선생님 결혼하셨어요? O.O
-응.. *^^*
난 그런 우민이의 질문에 활짝 웃으며 담배하나를 입에 물었고, 그런 내 태도에 다시한번 당황한 아이들은 어쩔줄 몰라하더니, 주머니에서 라이타를찾아 입에 물린 담배에 불을 붙여 주었다.
난 우민이의 그런행동에 잠자코 있다가 '퍼뜩' 생각났다는 듯, 손가락을 튕기고, 다시 물었다.
-우민아.. 너희 그 일진인가 뭔가에 '짱'이라는 것도 있지?
-짱이야...있기야 있지만...왜요?
우민이는 자신의 상급자 이야기가 나오자 약간 조심스러워하는 듯 했지만, 여전히 호의적인 태도로 물었고, 나는 눈까지 반짝이며 말을 이었다.
-그애... 이름이 뭐야?
-.........
-궁금해서 그래! 그냥말해봐.
-선우요한 선배님 되세요...
-그애... 여자 애들한테 인기 많지?
-알아주죠.
우민이는 친절하게도 내 물음에 꼬박꼬박 대답해 주었고, 마지막 물음에 대한 대답을 들은 나는, 인상을 찌푸렸다.
요한이가 또래 여자애들(또래가 아니어도 많겠지만-_-)에게 인기가 많다는 사실은 나에게 썩 반가운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우민이가 그런 나를 이상하게 바라보더니 순간 자리에서 벌떡일어나 허리를 90도 각도로 굽혔고, 다른 아이들도 마찬가지 행동을 취했다.
그런 아이들을 바라보는 나역시 그 아이들의 시선이 향한 곳으로 머리를 돌렸고, 앞에 있는 사람을 발견함과 동시에 어색한 표정을 지으며 담배를 옥상아래로 재빨리 집어 던져야 했다.
..
-22-
-헤헤^^;;
난 바로 코 앞에 있는 사람을 바라보며 계속해서 어색하게 웃어야 했다.
요한이가 눈에 잔뜩 힘을 준채, 날 노려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누.나.
그리고 곧이어 들린 요한이의 말에 아직까지 머리를 숙이고 있던 우민이와 그 밖의 아이들이 고개를 획 쳐들로 나를 한번 바라봤다.
모두 하얗게 질린 모습이 안스러울 지경이었다.
내가 우민이와 아이들(?)을 바라보고 있을 때, 다시 요한이의 질책어린 목소리가 들려왔고, 난 다시 고개를 요한이 쪽으로 돌려야 했다.
-누.나...
-으...응 ?
-내가 말랬지?
-몰?? ^o^;;
- -_-++
- ^-^;;; 아.. 생각났다!!
-뭐가 생.각. 났는데? -,-^
-그거야... 내 남편이 한말! 담배피지 말라고 한거... *^o^*
-그.런.데!!!
-잘못했어... ㅠ.ㅠ 이 애들이 피우고 있길래. 그냥 압수만 하려고 그랬는데...
난 요한이의 날카로운 눈초리를 피해가며 애써 변명했고, 내 말을 들은 요한이는 그제서야 옆에 안절부절 못하며 서 있는 우민이들을 바라봤다.
-민.우.민...
-네. 선배님!!
-지금 수업시간일텐데... 아무리 축제 준비기간이라고 해도 이런데 나와있음 안돼지...
-죄송합니다.
-애들 전부 데리고 들어가.
-네.
요한이는 우민에게 짧게 훈계를 하고는 간단한 명령으로 돌아가도록 요구했다.
우민이와 아이들은 요한이의 말에 즉시 대답을 한 후, 나와 요한이에게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고는 조심스럽게 옥상 출구로 향했다.
뒤돌아 서 있는 우민이의 초조한 모습이 보이자, 무엇 때문에 그런지 잘 알고있는 나는 손을 들며(손은 왜?? -_-;;) 우민이를 불러 세웠다.
-저기, 우민아!!
-네.. 선생님.
우민이가 돌아보자, 난 웃으면서 말을 이었고, 그런내가 못마땅한지 요한이는 얼굴을 구긴채, 나와 우민이를 바라봤다.
우민이도 요한이의 그런 반응에 약간 거북스러워 하는 것 같았지만, 난 말을 멈추지 않았다.
-오늘 고마웠다. 5반이라고 했던가?
-네. 선생님...
-다음에 찾아갈테니까, 아까 하던 이야기 마저하자. ***^o^***
말을 마친 나는 대답을 기다리며 우민이의 얼굴을 바라봤다.
하지만 우민이는 내 뒤에서 잠자코 서 있는 요한이의 눈치만 보고 있었다.
요한이에게서 풍기는 분위기가 이상해지자 난 재빨리 말을 바꿔 우민이가 돌아가도록 재촉했다.
-우민아! 알겠어... 빨리 가봐.
-네... 선배님, 선생님 그럼.(꾸벅)
-그래.. ^^ (-소다)
-................ (-요한)
우민이도 그런 요한이와 내 심중을 눈치챘는지 다시한번 서둘러 인사를 마친채, 계단을 내려갔다.
우민이가 안보일때까지 그곳에 시선을 두고 있던 나는 내 뒤통수에 작열히 내려 꽂히는 요한이의 눈초리에 천천히 몸을 올리고 머리를 들어 올렸다.
요한이는 아무말도 하지않고 그저 내 눈만 지긋이 바라보고 있었다.
차라리 무슨 말이라고 하면 더 낫겠다... 하는 마음이 들 정도로 따가운 시선이었다.
-하..하..하.. 후배교육 참 잘시켰네? 명색이 내가 선생인데 너한테 먼저 인사를 하다니... ^^;;
-..............
-또, 뭐 때문에 그래? ㅠ.ㅠ
-......누나......
-응?
-아까 하던 이야기가 뭐야?
-무...무슨이야기?
요한이의 질문에 난 최대한 시치미를 떼면서 물었다. 요한이에게 ''니 여자 관계에 대해서 물었어.''라고 말할 용기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런 어줍잖은 말에 넘어갈 요한이가 아니었고, 오히려 요한이의 화만 돋구는 역효과를 일으켰다.
요한이는 아까보다 더 목소리를 높히면서 똑.똑 끊어가며 다시 물어왔다.
-나.몰.래.우.민.이.랑.한.이.야.기.가.뭐.냐.고.물.었.어.
-요한아...
-.... ....... ....... .....
-별이야기 않했어. 그냥... 그래! 청소년흡연의 심각성에 대해 이야기 했어.
-...........나... 화낼까?
-''쳇! 지금두 화내고 있자너....ㅠ.ㅠ''
난 속으로 생각하며 요한이를 애절하게? 바라봤지만 넘어갈 요한이가 아니었다. 눈 마주친게 실수였는지 요한이는 이번엔 아무말도 하지 않고 대답을 재촉하는 눈빛만 보내왔다. 몇번을 말하지만 그게 더 두렵다.
요한이가 믿을 만한 신빙성있는 대답을 꺼내야 했지만 요한이의 따가운 눈초리와 차가운 얼굴을 마주하자, 내뱉어진 말은 역시나 엉뚱했다.
-하..하.. 실은, 담배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나라 입시제도에 대해서 열띤 찬반논쟁을 벌였어..
예상대로 요한이의 표정은 점점더 어두워지더니 입에서 흘러나오는 목소리조차 어둡기 그지 없었다. 점점더 밀려오는 화를 참아내는 요한이의 모습이 역력했다.
-우민이랑 그 밑에 애들 다시 싹 끄집어 올까? 누나 앞에서 몇대 때려야 대답할래?
요한이의 말에 난 될대로 되라는 식으로 버럭 소리를 질렀다. 요한이의 화를.. 풀기위해선 가끔 그게 더 효과적이란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선.우.요.한!! 너 자꾸 누나한테 그딴식으로 협박할래? 뭐? 어쩌구 어째? 누굴때려? 내가 자기보다 약한사람이라고... 아랫사람이라고 막대하는걸 젤로 혐오한다는거 알면서 그래? 그리고, 우민이랑 정말 별 이야기 않했어. 왜 자꾸 누나를 못믿는 거야? 난 너밖에 없다구. 몇번을 말해줘야 믿을래?
-.... 잘못.. 했어.
다행히도 내 계략이 먹혔는지 요한이는 한층 더 수그러진 목소리로 ''잘못했다''는 말을 끄집어 냈다.
''잘못했다..''라는 말을 나 외에 누구도(심지어 요한이 부모님도) 요한이에게 들을 수 없는 말이었다.
나는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지만, 겉으로는 알았다는 듯이 얼굴에 엷은 미소를 띈 채, 고개를 끄덕이면서 손을 올려 요한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러나 순간, 난 큰 실수를 했음을 깨달았다.
요한이의 표정이 아까와는 비교조차 될 수 없을 정도로 굳어지더니, 파랗게 손모양으로 멍들어 있는 내 팔목을 세게, 하지만 거칠지 않게 끌어당겨 뚫어져라 노려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난 당황한. 모습으로 요한이에게 잡힌 팔을 빼내려고 노력했지만, 요한이의 힘에서 벗어나기란 불가능했고, 결국 헛수고로 끝을 내고 말았다.
요한이에게서 더 이상 숨길 도리가 없어지자, 나는 차라리 궁색하게 나가 다른변명이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에 슬그머니 고개를 들었다.
한시라도 빨리 변명하지 않으면, 요한이가 정말로 폭주해서 내가 말하지 않더라도 내 팔목에 멍을 만든 아이를 죽여버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기..요!
난 재빨리 요한이를 부르려고 했지만 결국 끝을 맺지 못했다.
요한이가 나를 무서운 힘으로 끌어내면서 옥상을 빠져 나가려고 했기 때문이다.
이대로 두면 요한이가 정말로 사고를 쳐도 크게 친다는걸 몇번의 뼈져린 경험으로 알게된 나는 요한이를 어떻게든 말려보려고 필사적으로 매달리면서 끌려가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몇번의 시도 끝에 나는 요한이가 드디어 나를 바라보게 하는데 성공했고, 요한이의 맘이 바뀔까봐, 요한이를 설득시키는데 최대한 힘을 기울였다.
-요한아... 그렇게 화내지 말고 내말먼저 들어봐.
-내가 지금 화 안나게 생겼어? 누.나.팔.에.그.런.짓.을.했.는.데!
-그런게 아니야... 너 지금 이디가려고 그러는건데?
-민.우.민... 그자식부터 만나봐야지... 감히, 누구 몸에 흠집을 내??
요한이의 말에 섞인 나에 대한 걱정과 나에게 상처입혔다고 생각하는 우민이에 대한 분노가 고스란히 전해져 오자, 한편으로는 마음이 따뜻해 졌지만, 무작정 기버하고만은 있을 수 없었기 때문에 난 다시 요한이를 타일러 보려고 노력했다.
-우민이가 그런거 아냐!!
-뭐?
-우민이가 그런거 절.대.로 아니야... 그러니깐 우민한테 뭐라고 그럴 생각 하지마.
난 말을 급하게 내뱉고 요한이를 바라보다가 순간 ''아차!!''하는 생각에 머리를 두드리고 싶은 충동에 휩싸였다.
난 지나치게 우민이를 변호하고 말았다.
요한이가 나에게 갖는 애정이나 독점욕, 집착은 거의 병적으로 맹목적이었고, 난 그걸 맹우 당연하고도 즐겁게 받아들였다.
지금같은 경우만 아니라면 말이다...
요한이의 얼굴에서 모든 표정이 사라졌다. 분노도, 질투도, 애정도 보이지 않았다.
요한이가 극도로 화가 났을 때 나타나는 표정이다. 완벽한 포커페이스....
-우민이가.. 마음에.. 들어?
-...뭐??
느닷없이 들려오는 요한이의 감정없는 목소리에 난 되묻고 말았다.
-우민이가 누나마음에 드냐고 물었어. 그래?
-아냐. 그럴리 없잖아...
-.......
-요한아... 정말이야. 우민이는, 그냥 제자라고. 너는 내 남편이고!
-거짓말!!
-정말이야...
요한이는 말도 안돼는 일로 억지를 부리고 있었다. 요한이의 질투심은 나에대한 독점욕이상으로 엄청났다.
내가 아무리 아니라고 말해도 요한이는 여전히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고, 난 그런 요한이를 타일러야 했다.
요한이에게 무작정 화를 낼수 없는 것이, 내 곁에 자신 아닌 다른 남자가 있는 걸 보고 화를 내는 동안 요한이 역시 나를 누군가에게 빠앗길까봐, 내가 자신에게 멀어질까봐 걱정하면서 전전긍긍하며 초조해 하는걸 잘알고 있기 때문이다.
난 최대한 밝게 웃으면서 한손은 요한이에게 여전히 붙들린채, 나머지 다른 한손으로 요한이를 끌어 안았다.
요한이는 그런 내 태도에 ''움찔''하더니 곧 긴장을 풀고는 내 머리를 끌어안았다.
요한이의 그런 반응에 그제서야 난 비로서 안심하고는 얼굴에 미약하게 미소를 지었다.
-정말이지?
-으응... 내가 지금 사랑하는 사람은 이세상에 선우요한 한사람 뿐이고 앞으로도 영원히 요한이만 내 어린 연인으로 있을꺼야. **^^**
-나 안어려!!
-쿡... 그래. 우리 요한이 어리지 않지...
-놀리지마 누나. 내 눈엔 누나가 더 애야. 애같아서 내눈에서 잠시라도 떨어지면 불안해 죽겠다구.
- +_+ 뭐시?
요한이의 말에 내가 눈을 반짝이며 반박하려고 했지만 성그 하지는 못했다.
-내 생각에는 둘다 애야. -_-^라고 말하는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기 때문이다.
요한이와 나는 짐짓 화났다는 듯 표정을 꾸미고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몸을 돌렸다.
역시나 그곳에는 한심하다는 듯, 민아가 팔짱을 끼고 당당히 서 있었고, 그 뒤로 유다가 웃음을 참으며 서 있었다.
-쳇! 무슨 일이야?
요한이가 불만스럽다는 듯 퉁명스럽게 내뱉자, 유다가 나서서 대답해 주었다.
-우민이가 교실로 찾아왔더라. 니가 아무래도 화낼꺼 같으니깐 일단 말려나 달라고. 이.번.엔.또. 무슨 사소한 일이냐? -_-;;
-민우민... 그자식, 요즘 상당히 겁이 없어졌어.
-애꿎은 애 잡지마라. 우민이만큼 착하고 예의바른 애도 드물어. 근데, 정말 무슨일이야?
유다가 요한이에게 책망하듯 말하고는 다시 질문하자 요한이가 다소 딱딱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소다누나를 다치게 했어.
요한이가 말을 마침과 동시에 민아와 유다가 나에게 시선을 던졌다. 난 다시한번 똑같은 변명을 해야 했다.
-우민이가 그런거 아니라니까!! 내가 우민이 한테 담배압수하고 야단치니까 그옆에 있던 다른애가 나 말리려고 잡은거야. 내가 버티다 보니깐 가뜩이나 여린 내 피부 때문에 조금 멍든거 뿐이라구우!! 알겠어. 선.우.요.한?!!
난 한번에, 약간의 왜곡과 진실을 섞어서 대답해 주었고, 내 말에 민아는 요한이의 머리를 한번 두들기는 걸로, 유다는 ''푼수''라고 한마디 쏘아 주는 걸로 마무리를 지었다.
요한이만이 ''우.민.이.옆.에.있.던.다.른.애''라는 말을 되씹으며 얼굴을 찌푸리고 있을 뿐이었다.
어느정도 해결이 되자 난 정말로 잠시 쉴 생각에 옥상 난간에 걸터 앉았고, 요한이는 그런 내가 위태로워 보였는지 재빨리 옆으로 다가와 나를 받쳐 주었다.
그리고 그 뒤로 민아와 유다가 짜증난다는 표정으로 뒤따라와 그늘에 놓여있는 벤치에 않았다.
-그나저나 축제는 3일동안 구체적으로 뭐하는 거야?
먼저 말을 꺼낸건 민아였고, 민아의 물음에 재빠리 대답을 하는건 예상대로 유다였다.
-첫째날은 체육대회를 해요. 거의 구기종목인데 예선부터 결승까지 그날 모두 끝내버리죠.
-엥? 한학년에 13반씩 1, 2, 3학년 모두 참가하는데 그걸 어떻게 하루에 다 끝내?
유다의 말에 내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듯 말하자 그때까지 잠자코 있던 요한이가 나섰다.
-정규시간대로 하는게 아니라, 시간을 단축시켜 축구는 30분, 농구는 25분, 배구는 1세트 이렇게, 좀 늦기는 해도 하루에 모두 끝낼수 있어.
-둘째날은?
-그날은 그동안 준비한 걸로 축제를 하지. 난전이라든지, 크스프레, 연극, 가장행렬, 게임... 기타 등등 각 반에서 마련한걸 해. 2째날부터 축제 개방하니까 다른학교에서도 사람들이 꽤
많이 모여. 아! 누나... 11시 넘으면 절.대.로 운동장에 나가지마. 그냥 내옆에 바짝 붙어 있어.
축제에 대해 열심히 설명하던 요한이가 뜬금없이 말하자 내가 왜그러냐고 질문했고, 그 대답은 유다가 대신 해 주었다.
유다는 뭐가 그렇게 웃긴건지 시종일관 웃음을 참지 못하고 있었다.
-쿡... 선생님... 그날은요. 쿡! 11시가 넘으면 Kiss타임이 있거든요.
10분동안 모든 불이 꺼지죠. 쿡! 자기 파트너 뿐만 아니라, 평소 마음에 두었던 상대한테 무작위로 덤벼드니까... 쿡.. 그래서 요한이는.. 그게 걱종되는 거예요...
유다의 말을 들은 나는 짖꿋은 표정으로 요한이를 바라봤고, 요한이는 턱에 손을 괸채 먼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쑥스러울 때 마다 나오는 요한이의 버릇이었다.
그걸 알고 있는 유다도 그런 요한이를 보고는 한참을 웃더니 다시 설명이 들어갔다.
-들어봐요... 진정한 축제는 셋째날 이에요. 그날은 저녁 7시부터 축제가 시작되는데 선생님은 한분도 나오지 않죠. 학생회 주체로 열리는 각종 이벤트를 하는 데 학교에서는 절대 승인해주지 않는 게임이나 볼거릴 마련해요. 이를테면.. 노예팅, 비키니 미녀 뽑기 테스트, 댄스경연대회, 즉석 미팅, 베스트 키스커플 보기 이딴거요...
유다의 설명이 끝나자 민아와 나는 평소에 접해오지 못했던 색다른 이벤트에 대한 기대로 눈이 반짝 거렸다.
그때, 민아가 문득 생각났다는 듯 질문을 꺼냈다.
-근데.. 그런 이벤트에 참가하면 상품도 있어?
-꽤 큰 상품이 있죠. 백화점 상품권, 힐튼 호텔 1일 숙박권, 제주도 여행권 같은거... 그런데 선.생.님!!
-응?
-거기에 참가했다가는 저 가만있지 않을꺼에요. -_-++
-하!하! 당연한거 아니야...^^;;
민아와 유다의 대화를 듣던 난 그만 들어가 봐야 겠단 생각에 자리에서 일어나 몇걸음 앞섰다. 요한이와 유다가 내 뒤를 따르자 민아가 달려와 날 몇걸음 더 이끌고 가더니 요한이의 눈치를 살피고는 조심스럽게 속삭였다.
-(유.소.다.. 너 그 이벤트에 참가할 생각없어?)
민아의 위험한 발상에 난 재빨리 요한이의 눈치를 살피고는 민아에게 속삭여 대답했다.
-(미쳤냐? 거기 나갔다가 요한이한테 나 죽어...!)
-(몰래 나가면 되지.. 그리고 축제 끝나면 곧 니 둘 결혼 기념일인거...알아? 요한이가 준 용돈 이외에 모아둔 돈 있어? 요한이 선물도 요한이 돈으로 마련할래??)
-( ...그건.... 그러네...)
난 민아의 유혹에 마음이 흔들리는게 느껴졌다.
옷상에서 내려와 교실로 돌아온 나는 아이들이 각자 맡은 일로 분주한 모습을 생각 없이 지켜보고 있었다.
여기 저기서 요한이와 유다에게 도움을 청하는 목소리가 들렸고, 요한이와 유다도 그에 비례해서 무척이나 바빠 보였다.
민아도 뭐가 그렇게 즐거운지 연신 웃음을 지으면서 여기 저기 이곳 저곳에 참견을 하고 다녔지만, 난 그럴 수 없었다.
-결혼 기념일....
아까 민아가 상기시켜 주지 않았다면 다일 날 까지 몰랐을 것이고, 그럼 요한이가 다시 한번 길길이 날뛰었을 판이다.
다행이 늦게나마 안건 좋은데, 요한이 선물은 뭘 해줘야 할지 고민이었다.
없는게 없는 요한이었고, 요한이에게 선물을 해줄 돈이 있는것도 아니었다.
방법은 역시 민아 말대로 축제 이벤트에 참가해서 상품이나 상금을 그러 모으는것 밖에 없었는데, 도대체 무슨대회에 어떻게 참가해야 할지도 고민이었다.
내가 혼자서 속으로 뒤죽박죽된 생각과 싸우고 있을때.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2학년 교실에 가서 계획서랑 부족한 자제 가지고 와야 하는데, 누구 한가한 사람 있으면 갔다와!!!
그 목소리에 나는 머리도 좀 식힐겸 재빨리 자리에서 일어서며 자청하고 나섰다.
-아!!내가 갔다가 올게. 2층에 있지??
-선생님께서 직접 가시려구요?
-응..다들 바쁜거 같고, 난 어짜피 할일도 없으니까..
내가 가겠다는 말에 그 아이는 야간 망설였지만,주위에 마땅히 갈만한 사람이 보이지 않자, 고갤 끄덕이며 내 말에 동의 했다.
-그러네요..2층에 있는거 맞아요..계단 내려 가셔서, 오른쪽으로 꺾으시면 될꺼에요..
-알았어..^^고맙다!!
교실 위치를 들은 나느 뒷문으로 향했고, 문을 막~ 열려는 찰라에 뒷덜미에서 느껴지는 시선 때문에 다시 몸을 돌렸다.
그곳에는 요한이가 하던일을 중단하고, 날 미심쩍은 눈초리로 노려보고 있었다.
내가 그런 요한이에게 어색하게 미소 지어 보이자 요한이의 입술이 움직이는게 보였다.
-(한,눈,팔,면,가,만,안,둬,바,로,올,라,와....)
'이노무 자식..가만 안두면 어떻게 할테냐..앙?ㅡ_ㅡ^'
입술 움직임을 파악하고는 속으로 생각 했지만 겉으로는 다시한번 어색하게 웃어주는 소심한 나였다.
2학년 교실로 향하는 동안 내내 아이들의 인사와 시선을 받느라고 정신이 없었다.
드디어 3학년 복도를 빠져나와, 계단으로 내려온 나는 머뭇거려야 했다.
-가만..오른쪽 이랬던가, 왼쪽 이랬던가?ㅡ.ㅡa
그리고 잠시 망설인 후에 난 당당히 왼쪽으로 걸어 갔다.
-왼쪽이 틀림없어!!
내가 몇발자국 걷지 않았을 때, 누군가 내 앞에 다가와서 고개를 숙였다.
잠깐 당황했던 난 그게 우민이라는걸 알고는 반갑게 말을 걸었다.
-우민아!!마침 잘 만났다..그렇지 않아도 너 한번 찾아갈 생각이었어..건, 나중에 이야기 하고 2학년 13반이 어디야?
-선생님...
-왜??13반 어디있는지 너두 몰라?
-아뇨...반대편으로 가심, 팻말에 다 써있어요..
-엥??이쪽 아니었어? 괴씸한것!!분명히 왼쪽이라구 그랬는데. 나중에 교실가면 혼내줘야지!!
(그앤 잘못 읍따...분명 오.른.쪽.이라고 했거늘....)
-.......................
내가 투덜 거릭 있는 동안에도 우민이는 잠자코 서 있기만 했고, 난 그런 우민이를 보면서 투덜거리는걸 멈췄다.
-무슨일 있어?
-저기...
-왜?
-죄송해요...
-응??
-요한선배님...하고 결혼 하신거죠?
-헤헤..응!!근데 이건 다른 사람들 한테 말하면 안됀다.
-네....
내 당부에 우민이는 짧게 대답을 마치고 또다시 서 있기만 했다.
난 더이상 우민이에게 케 묻기도 그렇고, 여기에 내려온 목적도 있고 해서, 우민이에게 이사르 건네며, 몸을 돌렸다.
-할말없지??그럼 난 바빠서 먼저 가볼께..
역시나 우민이는 아무말도 하지 않았고, 난 내가 지금까지 걸어왔던 반대쪽 복도로 걸었다.
내가 몇걸음 가지 않았을때, 내 옆에 누군가가 다라 걷고 있다는걸 알았고, 곧 들려오는 목소리에 그게 우민이라는 사실도 알 수 있었다.
-저교!!선생님..
-응?
내가 무슨일이냐는 듯이 물었지만, 걸음을 멈추진 않았다.
그러자 조심스럽게 우민이가 질문을 걸어왔다.
-요한 선배님이요...화.나셨죠?
그제서야 우민이가 말이 없이, 걱정한건지 알게 된 나는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망설여야 했다.
요한이가 불같이 화를 냈고, 우민이고 뭐고 다 죽여 버린다며 한바탕 난리를 피우기도 했지만 그걸 사실대로 말할 수 있을 만큼 난 잔인하지 못했다.
-저기..우민아, 너무 걱정하지마. 요한이가 화내긴 했지만, 내가 담배핀거 때문에 그런거야. 요한인 나 담배피는거 엄 청 싫어 하거든..뭐, 내 팔목에 든 멍보고 미쳐 날뛰기는 했어도 이젠 다~~풀렸어. 그러니깐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구..^^
그러나 이런 내 배려에도 불구하고 우민이늬 표정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어두워 지더니 고개를 저으며, 한숨과 함께 말을 내뱉었다.
-후우..선생님은..모르세요. 요한 선배님..아마도 저희 용서하지 않으실 겁니다...
-.........
그런 우민이게게 안타깝게도 난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불행히도, 우민이 말이 맞았다. 아깐 요한이 화를 막느라 급급한 나머지 당장 화가 풀린것만 안도했던것이다.
요한이는 나에게 미약하고 일시적이긴 했지만 어쨌든 상처와 고통을 준 사람을 쉽게 용서할리 없었다. 그게 아무리 아끼는 수하라도 말이다.
그러나 어쨌건 난 무책임하게 나마 우민이가 당장 안심할 수 있을 ㅏㅁㄹ을 던져줬다.
-너무 걱정하지마..내가 그렇게 못하게 할께..됐지?
내 말에 다행히도 우민이의 안색이 약간 나아졌다. 내 말에 썩 신뢰가 간 모양이다.
순간!!난 우민이와 옥상에서 나누던 심도 깊은 이야기가 생각났다.
바로!!우리 요한이 여자 문제...
-우민아...
역시나 난 걸음을 머추지 않고, 여전히 내 옆을 걷고 있는 우민이를 불렀다.
-네??
-대신에 말이야...대답하나만 해줘.
-???????
이어지는 내 말에 우민이의 얼굴이 약간 찌푸려 졌다. 동시에 불안한 기색도 보이고 있었지만 난 무시한채로 다시 말을 이었다.
-요한이의 외도...아는대로 말해!!
역시나 내 말을 들은 우민이의 표정은 하얗게 질려버렸다.
그런 우민이가 안스러워 보이기도 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사실, 요한이 여자 관계는 유다가 가장 잘 알고 있겠지만, 내가 무슨 협박과 아부를 해도 먹히지 않을꺼란게 분명했기 때문에 아쉬운데로 우민이에게 묻는 것이다.
-....................
우민이는 역시침묵으로 일관하고 있었지만, 거기에 굴할 내가 아니었다.
난 입가에 살짝 미소를 띄우고는 다시 말을 꺼냈다.
-왜?? 말하기 싫어?
-선생님...
-나 그만 부르고 빨리 이야기 하란 말야..
-요한 선배님...여자 없어요..
-..우민아...누가 그런거 말하래?? 글구 요한이한테 여자가 왜 없어?? 내가 있는데..거짓말 말고, 아는대로 인실직고해!!
-요한 선배님, 정말로 달리 만난 여자 없다구요..정말이에요 선생님..사실..2년 전만 해도 요한 선배님 꽤나 여자문제로 날리셨다고 들었는데 지금은 아니에요..어떤 겁모르는 여자가 괜히 안겨들기만 해도 봐주지 않고 집어 던져버릴 정도로요..선배님께서 호모라는 소문이 있을 정도에요..
-흐음...
우민이의 말은 사실인것 같았다.
난 그제서야 흐뭇한 마음으로 우민이를 바라봤고, 우민이도 어느정도 안심한듯 했다.
그러나 그렇게 잠간 동안 흐뭇한 미소를 띄던 나는 걸음을 멈춰서서 무섭게 우민이를 노려 봤다.
그런 내 시선에 우민이느 움질해 보였고, 난 무자비하게 말을 이었다.
-민우민...너 숨기는거 있지? 그거 말해..
-어..없어요..그런거...
거짓말이다. 요한이와 결혼한 2년 동안 는건 눈치와 직감 뿐이다.
그런데 우민이의 눈동자에서 뭔가 숨기는게 있다는게 감지된 것이다.
내가 말없이 우민이를 다그쳤지만, 우민이가 꼼짝도 하지 않자 조용히 입을 열었다.
-흐음...그렇게 나온단 말이지..
-아...
-민우민...너 여자 덮쳐본일 있어?
불안스러운 표정으로 내 눈치만 살피던 우민이는 내 뜻밖에 말에 몹시 당황 했는데 얼굴까지 붉히며 부정했다.
-그..그런짓 했을리 없잖아요!!!!!!!
-으응...근데 말이야..내가 요한이 한테 가서 니가 어떤 여자를 강제로 범했다더라...라고 말한다면..
-요한 선배님께선 신경쓰시지 않을 겁니다. 그런 걸로 절 협박하려고 하셔봤자 소용없어요. 선생님..
예상외로 우민이는 강경했다.
그러난 난 우민이보다 한수 위였고, 이럴줄 알았다는 듯이 미소를 지으며 다시 말을 꺼냈다.
-그래...소용 없겠지? 근데..그..뭐냐..너한테 당한 여자가 키177,몸무게48에 노란색으로 머리에 물을 들인 22살 먹은...영신고등학교 교생으로, 이름이 유. 소. 다 라고 말하면...좀더 효과적으로, 옷이 찢어진채, 울면서 말한다면..그래도 요한이는 신,경,안,쓸,꺼,야...그치?
내가 말을 마치자 우민이는 내 기대에 전혀 어긋나지 않는 태도를 보였다.
얼굴이 하얗게 질린채, 꼿꼿이 서서 눈만 꿈벅이고 있을 뿐이었던 것이다.
한참만에 간신히 정신을 차린듯한 우민이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선생님..설마 그런 거짓말을 하실 생각은 아니시죠?
-후훗..미안한걸??설마 그럴 생각이거든..거기에다가 내 팔에 멍든것도 사실 니가 덮치려던 흔적이라고 말하면..
-아악!!!
우민이는 급기야 소리까지 지르고 말았다.
주위의 시선이 느껴지자 난 유유히 가던 길을 걸었고, 예상대로 우민이가 울상을 하며 날 따랐다.
-선생님..ㅠ.ㅠ
-이제 말할 맘이 생긴거야?
-....ㅠ.ㅠ
-좋아..빨리 말해.
-대신 요한 선배님껜 절대 비밀이에요..아셨죠?
-알았다니깐..소심하긴..
-선생님도 요한선배님이 얼마나 무서운 분 이신지 아시잖아요!!
-쯧...알겠어..근데, 도대체 언제 이야기 해줄래?
어느새, 2~13이라는 팻말이 붙은 교실 앞에 다다르자 난 멈춰서며, 우민이를 지긋이 바라봤다.
그리고 드디어 우민이가 숨기고 있던 사실을 알게 되었다.
-사실...요한 선배님이요....지갑에...어떤 여자 ..사진 넣어 가지고 다니면서 항상 그곳에 키스..하세요..
우민이의 말을 들은 난 어거지로 미소를 띄우려고 노력하면서 우민이에게 질문을 던졌다.
-그거..내.사진은 아니겠지?
-..............
내 질문에 우민이는 침묵했다.
긍정의 표시인 것이다. 난 손마디가 하얗게 질릴때까지 주먹을 움켜 쥐었다.
분명히 내 사진은 아닐것이다.
난 사진이 없다. 찍지 않아서 없는게 아니라 앨범 채로 잃어버린 것이다.
요한이에게 주고 싶어도 줄 사진이 없으니 요한이가 내 사진을 가지고 있을 가능성은 없었다.
더군다나 우민이가 본 사진은 내가 아니라니...
난 바들들 떨리는 목소리를 간신히 가라앉힌채, 우민이에게 다시 질문했다.
-그여자...어떻게 생겼든?
-자세히는 못봤어요..요한 선배님께서 보는것도 허락하지 않으시거든요..다른 사람이 보면 닳는다고 안됀데요..그냥..예뻤고, 교복을 입은것밖에는...
난 화가 나서 미칠 지경이었다. 질투......
요한이에게 여자가 있을줄 몰랐다. 더군다나 고등학생 이라니....
눈물이 나오려는걸 억지로 참고, 13반 교실 문에 손을 댔지만, 열지는 못했다. 손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던 것이다.
그런 내 모습을 걱정과 불안을 담은 눈빛으로 우민이가 바라보고 있었다
내가 우민이에게 간신히 짜낸 웃음을 지어보이고 다시 문을 열려고 시도 했을때, 교실문이 스스로 열렸다.
누군가가 안에서 문을 연 것이다.
아직 어린티가 나는 남자아이였다.
그 아이는 날 보더니 얼굴을 붉혔고, 난 그 아이에게 힘들게 웃어 주었다.
-저기..실장 누구야?^^
-네??..아....
내 물음에 그 아이는 여전히 얼굴을 붉힐뿐 대답을 하지 않았고, 대신 교실안이 소란 스러워졌다.
-히야..저사람 바바..진짜 이뿌다..
-정말~~선배인가?
-바보야..우리 학교에 여자 선배가 있을리 없잖아..
-아..그렇지? 그럼 선생님인데...
-쳇!!저딴 여자가 얼마나 이뿌다구??
-야..솔직히 말해서 여자인 내가 봐도 뻑 가겠다...
아이들의 소란에도 불구하고, 난 교실안을 둘러봤다.
축제 준비가 막바지에 다달아서 그런지 3학년 교실과 비슷한 풍경을 보이고 있었다.
-저기...실장이 누구니??
내가 다시 질문했고, 아이들은 여전히 소란스러웠다.
그러다가 순식간에 조용해졌고, 까닭을 모르는 난 의아해 하고 있었다.
그러나 곧,
-실장나와..
라고 말하는 우민이의 목소리를 듣고는 그 침묵이 우민이 때문이었다는걸 알게 됐다.
우민이는 아이들에게 겁을 주는 존재인 모양이었다.
난 우민이에게 살짝 미소를 지어서 감사의 의미를 전했고, 곧 나올 실장을 기다렸다.
그리고 마침내 실장이 나왔을때, 난 아무말도 할 수 없었다.
-안녕하세요..유,소,다 선생님...
선아였다. 선아가 표독 스러운 표정과 말투로 나에게 인사를 건넨 것이었다.
-그래...니가 실장인줄은..몰랐는데??
-훗!!왜요? 저같은 애는 실장도 못하나요? 건 그렇고 선생님도 대단하시네요..요한 선배님도 부족해서 민우민까지? 연하 킬런지는 몰랐어요..아님, 요한 선배한테 버려졌나??
-뭐야!!!!
난 주위를 의식하며, 선아에게 약하게 소리를 질렀다. 선아가 계속 말을 하게 뒀다가는 요한이와 나 사이를 다 알게 될꺼 같아서 불안하게도 했다.
-그만하자..선아야..
난 가능한 조용히 해결하려고 했지만, 선아는 그럴 생각이 없었는지 독설을 아끼지 않았다.
-왜요?? 어머나~~사실인가보네?? 요한선배가 선생님이랑 갈때 까지 가서 이젠 질렸다던가요? 그래서 민우민이랑 이제 놀아나요? 선생님 생긴데로 남자 후리는 기술 좋은가봐요..하긴~~그동안 몇이나 되는 남자랑 놀아..
'짝!!!'
따끔한 마찰음과 함께 선아의 말은 멈췄다. 내가 더이상 참지 못하고 선아의 뺨을 있는 힘껏 후려친 것이다.
조용히 끝내려던 내 계획은 무산되고 말았다. 반 아이들 모두 놀란 시선으로 우릴 바라보고 있었고, 우민이도 예외는 아니었다.
우민이...그러고보니 이상했다. 선아가 독설을 내 뿜는데도 우민이가 말리지 않았던 것이다.
난 우민이를 바라봤고, 우민이는 내 마음을 알았는지 나에게 조용히 말을 건넸다.
-선생님...저애 같아요..요한 선배님..사진.
우민이의 말을 들은 나는 멍~하게 서 있었다.뭐라고 할 기운도 없었다.
오히려 쓰러지지 않은게 다행인 정도였다.
그러나 선아의 말이 다시 들려왔고, 난 정신을 빼고 있을 때가 아니란걸 알았다.
-재수없어!! 니가 날쳐??
라고 말한 선아는 날 칠 기세로 손을 들어올렸고, 난 미쳐 방어할 준비도 없이 얻어 맞을 상황에 처했다.
그러나 선아의 손은 내 얼굴에 닿기도 전에 힘없이 떨어졌고, 선아 역시 나가 떨어졌다.
누군가가 선아의 손을 잡아채, 집어 던져버렸기 때문이다.
우민이려거니 하고 고개를 돌린 나는 내 뒤에서 화가 잔뜩 났다는게 여실히 드러난 표정으로 서 있는 요한이를 발견할 수 있었다.
-너같은게 누굴 때리려고 해?? 가만 못나둬!!
요한이는 그래도 분에 차지 않는지 선아의 머리채를 잡아당겨 일으켜 세운뒤, 선아의 뱜을 힘껏 내리쳤다.
'쫙!!!!1'
-다.시.한.번.그.딴.소.리.지.껄.여.봐!!
-윽...
요한이는 선아를 계속 내리쳤고, 선아는 아픈지 신음만 흘리고 있었다.
그러나 아무도 말릴 엄두 조차 못내고 있었고, 그 모습만 불안스레 바라보고 있었다.
우민이 조차도 어쩔 줄 모르면서 나에게 말을 걸었다.
-선생님..제가 그 사진을 잘못 본 걸까요?
'사진!!'
우민이의 말에 난 정신이 들었다.
'아의 사진까지 가지고 다니는 요한이가 저렇게 선아를 무지막지 하게 때리는 이유가 뭐지?내 눈가림 때문인가?'
머릿속이 혼란스러웠다.
요한이가 선아의 사진을 가지고 다닌다면, 그건 틀림없이 선아를 좋아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아니면 아까 선아가 나에게 내뱉은 표독스런 말 때문인지 난 그런 요한이를 말리고 싶지 않았다.
요한이의 매질이 계속 이어지자, 보다못한 우민이가 나섰다.
-선배님!!!참으세요..
-시.끄.러. 민우민..너한테도 할 이야기가 있지..
-........
-소다 누나가 그런 상황에 처했는데 가만히 있어?
-그건....
요한이는 우민이까지 때릴 기세였고, 난 이제 요한이를 말려야 겠다고 생각한후, 요한이를 불렀다.
-선우요한..그만해.
역시나 요한이는 우민이를 향해 던지던 무서운 시선을 거둔채 날 바라봤다.
그런 요한이의 모습에 주위 아이들이 모두 경악을 금치 못하는건 당연한 일이었고, 몇번이난 일어났던 일이었다.
요한이의 시선에는 나에 대한 염려가 가득했다.
도저히 나 외에 누군가를 사랑하거나 좋아한다는 생각을 갖지 못하게 하는 시선에 난 맘을 굳에 먹고는 요한이에게 다가갔다.
-지갑줘봐...
-뭐?
요한이는 무슨 엉뚱한 내말에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누가...그러더라..니가 지갑에 어떤 여자 사진을 넣고 다닌다고..그래서 난 기분이 아주 더러워. 질투나 미치겠다고,,그 여자가 누군지 알아야겠어. 지갑줘..만약에..내가 아니라면, 너 가만안둬!!
난 말을 마치고 요한이가 어떤 태도든지 보이기를 기다렸다.
요한이가 처음 보인 행동은 우민이를 노려보는 것이었다. 그 누구가 우민이라는걸 이미 눈치챈 모양이었다.
그다음 보이 행동은 날 이끌고, 어디론가 가는 것이었다.
뒤로 아이들의 호기심 어린 시선과, 우민이의 걱정스러운 시선이 느껴졌다.
요한이가 날 이끌고 간 곳은 옥상이었다.
옥상에 도착한 요한이는 날 한참이나 바라보더니 크게 웃어댔다.
-푸웃!!하하하..
-선우요한..이렇게 얼렁뚱땅...읍!!
요한이가 갑자기 해온 키스 때문에 난 말을 마칠 수 없었다.
요한이는 평소의 깊은 키스 대신에 내 입술만 핥아대는 가벼운 키스를 해왔다.
한참동안 내 입술을 핥고, 깨물고, 빨던 요한이가 드디어 떨어졌고, 키스를 마친 요한이의 표정에는 웃음기가 다분했다.
-누나..아까부터 내가 얼마나 이렇게 키스하고 싶어했는지 알아? 사실 더 깊게 하고 싶지만 그랬다간 키스로 멈출것 같지 않아서..킥킥!
[펌] 내남편은 고등학교 1진 짱 - 21,22,23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