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아의 대답을 듣고 있던 민아는 더이상 들으면 귀가 썩기라도 할까 봐 걱정하듯이 선아에게 버럭 소리를 질렀고, 거기에 놀란 선아가 말을 멈춘채 벙쪄 있자 다시 말을 이었다.
-너,,아주 더.러.운 계집애구나..정신까지 썩었어.
-.............
-겨우 그런것 가지고 요한이 좋아한다구? 요한이가 너한테 어떻게 말했는지 모르겠지만, 요한이하고 소다..니가 생각하는 그런 관계아니야..
-저도 알고 있어요...소다 선생님이랑 요한오빠...오빠가 말한것처럼 사촌 관계가 아닌건 눈치채고 있었단 말이에요..
이어서 선아의 대답이 들려오자 민아는 더욱더 어이가 없어하며,다시 말했다.
-알고 있었다고? 근데, 그 둘 사이에 끼어들었단말이야?
-......어짜피 소다 선생님하고, 요한오빠 갈때까지 간사이 아닌가요? 지금가지 그 늙은 여자랑....
'짝!'
민아의 아연실색한 질문에 대답을 하던 선아는 끝내 말을 맺지는 못했다.
지금까지 얌전히 듣고만 있건 유다가 선아의 뺨을 내리쳤기 때문이다.
민아는, 선아에게 다시 손찌검을 하려는 유다를 잽싸게 막았고, 선아도 무척 놀랐는지 잔뜩 움추러 들어서 계속 창밖을 내다보고 있었다.
아마도 요한이를 기다리는 모양이었다.
유다가 약간 진정된듯 하자 민아는 다시 말을 이었고, 목소리는 아까 보다 훨씬 차분해져 있었다. 그리고 훨씬더 차갑고 냉정했다.
-이봐...꼬,맹,이! 잘들어..요한이랑 소다 니가 생각하는거 보다 훨씬 더 깊은 관계야..고작 너 따위가 끼어든다고 쉽게 깨질 수 있는 관계가 아니라고. 그리구 요한이가 뭐 때문에 너 같은애한테 이러는지 모르겠지만, 착,각,하,지,마..요한이가 소다 버리고 너한테 가는일 따위..지구 종말이 온다고 해도 일어나지 않을꺼란 말이지..
민아가 차갑게 쏘아대는 말에 선아 역시 분하다는 듯이 지지 않고 대들었다.
-그럴까요? 요한 오빠는 소다 선생님 보다 절 선택했어요..스파게티만 해도 그래요!!
그러나 민아는 그런 선아에게 잔뜩 비웃음 섞인 조롱만 보낼 뿐 이었다.
-고작 그런거 때문에 요한이가 소다보다 널 더 좋아한다고 생각했단말이지? 쿡쿡..그렇게 믿고 싶으면 믿어..대신!!아까 나한테 한말..소다에 대한거..갈데까지 간사이라느니 늙은 여자 어쩌구 했던거, 요한이 한테 그대로 해보는게 어때? 그때도 요한이가 소다 내팽겨 치고 니 말이 옳다....이럴까?
민아의 말에 선아는, 얼굴이 붉어져 있었다. 화가 나서 그런지 분해서 그런지 부끄러워서 그런지는 모르지만., 민아는 어떤 이유 때문이든 신경쓰지 않고, 말을 이었다.
-경고 하나 할까? 나도 너만할때, 갈때까지 가봤고, 놀만큼 놀았어... 솔직히 누가 건드려도 무찌를 수 있을만큼 강하다고...근데, 소다말이야..너한테 잘해 주는게 웃기고 얼마나 멍청해 보이는지 모르겠지만.. 그애 열받으면, 나도 못당해..엄.청.무.섭.거.든!!쿡쿡..계속 요한이 한테 그렇게 엉겨 붙어봐..아마 평생 잊지 못할 좋은 경험 할꺼다.
이렇게 잔뜩 선아를 비웃어 준 민아는 여전히 얼굴에서 미소를 지우지 않았다.
선의에 미소가 아니라 상대방을 갈데까지 몰아 부치는 그런 미소...
역시나 선아의 얼굴은 악에 바쳐 있었다. 그리고 선아가 다시 무슨말 인가 꺼내려고 할때, 차문이 열렸고, 잔득 화가난 요한이가 들어왔다.
그러자, 선아는 재빨리 눈물을 흘리며, 우는 시늉을 했고, 요한이에게 엉겨 붙었다.
그런 선아를 보는 요한이의 표정은 아까완 달리 덤덤 했다.
그냥, 민아와 유다를 한번씩 쏘아 보기만 할 뿐이었다.
그런 요한이에게 만족하지 못했는지 선아는 다시 무슨 말인가 꺼내려고 했고, 그걸 눈치챈 유다가 먼저 말을 가로챘다.
-소다 선생님은?
-..............빌어먹을!
-왜?
- 소다누나,,가버렸어.
-가다니?
-어떤 빌어먹을 자식을 만나는지 그냥 가버렸다고!! 가만두지 않을꺼야.
-..........
요한이는 꾀 화난듯 이를 악물고 말했고, 그모습을 바라보던 민아의 차갑고 냉정한 말투는 선아에게서 요한이로 옮겨 갔다.
-선우요한....너 지금 얼마나 웃기는지 알아?
-................
-소다가 남자 좀 만나면 어때서?
-뭐야!!!그걸 말이라고 해?
-왜? 왜, 못하는데? 소다가 니꺼야?
-내.꺼.야..
-웃기지마! 그럼 너는?
-무슨말이 하고 싶은거야?
-소다는 니꺼고, 너는 니 자신꺼란 말이야?
-그런말이 아니잖아!
-뭐가아니야? 니가 지금 말하는게 그거잖아..넌 저딴 기집애나 달고 다니면서 소다 속썩이고, 소다가 딴 남자랑 눈이라도 마주치거나 말이라도 한마디 하면 중죄인으로 모는 니 태도가 그런거잖아! 아니라고 말할 수있어?
민아의 마구 쏘아지는 비난에 요한이는 이해 못하겠다는 표정과 함께 말을 꺼냈다.
-소다 누나가..왜 속 썩는데?
-그걸 정말 몰라서 물어?
-어.
-넌..만약에 소다가 한살어린 남자애 동생이라고 데리고 다니면서 너 한테 신경쓰는것보다 더 많이 챙겨주고, 니말보다 그애 의견 우선시하면 어떻게 할래?
-그자식..죽.여.버.리.지.
-..............그럼 넌 소다한테 왜 그렇게 하는데?
-난, 달라!!선아는 그런거 아니라구.
-다르긴 뭐가 달라? 니가 얼마나 이기적인 애 인지 알고 있어?
-......누난 이해못해..소다 누나가 걱정할일 맹세코 없어.
-......................
-...................
민아는 말이 없었다. 요한이도 그랬고, 유다나 선아도 나서지 못하고 있었다.
그렇게 한참 차안에 적막감이 흘렀고, 민아가 먼저 말을 꺼냈다.
-그래서, 소다 어디로 갔어?
-모른다고 했잖아.
-소다랑 무슨 이야기 했는데?
-별 이야기 않했어.
-소다가 가변서 아무말도 않하든?
-....................
계속해서 민아의 말에 대답을 하던 요한이가 입을 다물었다.
그런 요한이를 민아가 다시 다그쳤고, 요한이가 드디어 입을 열었다.
-선아가 나한테 어떤 존재냐고 물었어.
-그래서 넌 뭐라고 했는데?
-...지켜주고 싶은 사람이라고..이것저것 해주고 싶은 사람이라고..
-..............병.신.
민아의 반응이었다.
-..............머저리 같은넘.
유다의 반응도 밝지는 않았다.
다만,
-오빠*****^^*****고마워!!라고 말하는 선아만 한참 들떴을 뿐이다.
그런 선아와 요한이를 한심하다는 듯이 경멸어린 시선으로 바라보던 민아가 요한이에게 다시 말했다.
-소다..지금 울고 있을꺼야...알고 있어? 지금 소다..창자가 찢어지리 만큼 고통스러워 하고 있을꺼라는거...니가 소다한테 그렇게 잔인해 질 수 있는지 몰랐다.소다..딴 남자 만나러 갔다구? 오히려 잘됐네..너도 이제 그만 니 소중한 꼬마랑 잘 살고, 소다도 소다만 좋아하는 남자랑 잘 살게 됐으니까...
민아가 말을 마쳤을때, 요한이의 표정은 더이상 험악해질 수 없을만큼 험악해져 있었다.
아마 표정이나 눈빛으로 살인을 저지를 수 있다면, 민아는 벌써 이 세상 사람이 아닐게 분명했다.
그러나 민아는 요한이의 그런 눈빛에 겁먹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약간의 안심을 했다.
요한이의 살벌한 눈빛 뒤에, 소다에 대한 염려와 걱정이 보였기 때문이다.
다른 남자와 만난다고 생각하며, 화내면서도 고통스러워 하며 울고 있을꺼란 민아의 말에 소다를 걱정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 요한이의 눈빛이 너무나 애틋해서 민아가 다 가슴아플 지경이었다.
민아는 잔뜩 굳어있는 요한이의 머리를 소다가 해왔던것처럼 쓰다듬으려 했다.
그러나 요한이는 소다 외에, 다른 사람의 손길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빨리 머리를 돌려 버린것이다.
그런 요한이의 태도에 민아는 아까와는 달리 따뜻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렇게 소다가 걱정되면 찾아내..
민아의 말에 요한이는 고개를 휙 돌리고, 민아를 쳐다봤다. 그러나 곧 천천히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소다누나...그런거 싫어해.
-뭘 싫어해?
-조직 정보망이나 회사 권력..함부로 남용하는거..
-^^
-................
-내가 책임질께!!
이어진 민아의 말에 요한이의 얼굴에는 다시 활기가 돌았다.
재빨리 핸드폰을 꺼낸 요한인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한참이 지난후에 아무말도 하지 않고,다시 약간 어두워진 얼굴로 전화기를 꺼버리자 궁금해진 민아가 물었다.
-왜? 아무도 안받아?
-아니..먼저 소다누나한데 해봤어..역시나 핸드폰 꺼놨어..
-그래...
민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요한인 다시 어디론가 전호를 걸었다.
-나다...사람하나 찾아내.
-[@$&^^^%$@@^%^*&!%#$^%&$&^]
-1시간 준다.
-[#@@%^*%^&%$^#%@$#$#$%^%&$&$&]
-아니!!티끌만큼이라도 상처 입히면 용서 안해! 그냥 발견하면 나한테 바로 연락하고 지켜만봐.절대 나서지 말고..
-[$%&*%#%%^$@%%^%&&]
-유소다..내..와이프다.
그렇게 간단히 전화 통화를 마친 요한이는 다시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말투는 아까에 비해 훨씬 공손했지만, 내용은 별반 다르지 않았다.
-저에요,실장님...
-[아!!도련님!무슨일이라도 생기신 겁니까?]
-아..그게요..실은 부탁이 있어서요..
-[이런! 부탁이라니요..빨리 말씀하세요.]
-급한일이에요. 소다누나의 행방을 알아야 겠는데..
-[네?!!아가씨께서 남치라도 되셨어요? 이런!!그럼 어서 경찰이랑..]
-아뇨! 그런거 아니니깐 걱정하지 마시고 1시간안에 소다누나 찾아서 연락주세요..
-[네..도련님..아가씨 찾으면, 연락 드리라고 전해드릴까요?]
-아뇨! 그냥 찾는 즉시 연락만 해주세요..나서지 마시구요.
-[알겠습니다. ]
-고마워요..
-[그런말씀 마세요..당연히 해야할일을..]
-그럼 수고하세요..
-[네..도련님께서도 잘 지내세요..]
-걱정말아요.
전화를 마친 요한은 민아를 바라보고 한번 더 씨익 웃어줬다.
민아도 화가 완전히 풀렸는지 함께 웃어줬고, 유다도 말은 하지 않았지만 역시 흐뭇해 하고 있었다.
일이 어떻게 되가는지 모르는 선아만 손톱만 자근자근 씹고 있을 뿐이었다.
요한이와 헤어진 나는 택시 안에서 멍하니 창밖만 바라보고 있었다.
가슴이 자꾸 아파서 견디지 못할 지경이었고, 억지로 눈물을 삼키고 있는 바람에 눈도 아팠고, 목도 메여왔다.
지영과 만나기로 약속한 **병원에 도착할 무렵 내가 맘을 다잡고 있을 때,핸드폰에서 '삐삐'하는 밧데리가 다 달았다는 경보음이 들려왔고, 곧 전원이 꺼지고 말았다.
'큰일이네...지영이하고 연락이 안되면 큰일인데..'
난 지영이와 만나지 못할까봐 걱정이 됐지만, 다행히도 병원 앞에 도착했을때, 병원 입구에 서 있는 지영이를 바로 발견할 수 있었고, 곧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택시에서 내린 나는 발걸음을 서둘러 지영이에게 다가갔다.
지영이도 날 발견했는지 나에게 다가왔고, 가까이에서 본 지영이의 얼굴은 말이 아니었다.
난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잘..지냈어?
-보다시피...
-그다지 잘 지낸것 같지 않네....
-넌?넌..괜찮아?
-나도, 보다시피...
-다행이다....
-근데..우리 어디라도 들어갈까?
난 병원 앞에 멀뚱히 서서 이야기 하는게 불편해지자 지여잉에게 제안 했지만 뜻밖에 지영이는 거절했다.
-어?아냐!! 난 용건만 말하고 갈려구...
-그래? 근데..날 보자고 한 이유가 뭐야?
-사실..미안하다고 하고 싶었어..
-뭐가?
-다...지금까지 너한테 한 행동 전부 다 말이야..
-..........
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지영이가 계속 말하기를 기다렸다.
그런 내 마음을 안건지 지영이도 더이상 내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말을 이었다.
-나..솔직히, 민규 좋아했어...
-뭐?
난 지영이의 고백에 너무 놀랐고, 나도 모르게 큰 소리를 내고 말았다.
그런 내 반응에 지영이는 머쓱 해졌는지 얼굴을 살짝 붉혔지만 이야기 하는걸 멈추지는 않았다.
-놀랄 줄 알았어..나..곤장히 유치했지? 니가 민규하고 친하니까, 민규가 널 좋아하는거 같으니까..너한테 화가 나더라..그래서 초등학교 때부터 쭉 심술 부린거야..
-나한테 말했으면 내가 도와줄 수 있었을텐데..
난 진심으로 안타깝다는 듯이 말했고, 지영이는 그런 내 말에 그냥 웃으며 다시 말을 이었다.
-농담마...내가 늦게라도 말했고, 설사 니가 도와줬다고 하더라도, 널 괴롭힌다는 이유하나로 날 괴물 보듯이 하는 민규가 날 좋아해 줬을까?
일리가 있었다. 내가 아무리 나선다고 해도 민규가 지영이를 좋아해주지는 않았을 것이다.
난 미안한 마음이 잔뜩 담긴 표정으로 지영이를 쳐다봤다.
그러자 지영이 역시 웃음을 띄고는 날 쳐다보며 말을 꺼냈다.
-그런표정 짓지마..내가 사과해야 하는데 니가 왜 그런 표정이니? 그리고 나..이제, 민규한테 미련없어,,,너 못봤지? 동창회에 나랑 같이
온 남자...후훗..니 남편한테서 날 지켜줄 힘은 없지만 내가 다치니까 가장 걱정해주고 마음아파 해 주는 사람이야.그리고 나 이제 그 사람 사랑해..
지영이의 말이 끝났을때, 난 비로소 얼굴에 웃음을 띄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내 반응을 본 지영이는 갑자기 서두르며 말했다.
-아!..나 그만 가봐야 겠다..약속이 있거든..그리고 이 병원 민규가 입원해 있어. 내 생각에 니 무서운 남편 때문에 누가 부르지 않으면 못 올거 같더라구..1003호야!
그리고 내가 무슨 말을 하려고 했을때, 지영이는 손을 흔들며, 벌써 눈앞에서 사라지고 있었다.
-1003호..아! 찾았다.
난 지영이가 가르쳐 준 대로 병실을 찾았고, 조심스럽게 그 병실 문을 노크했다.
곧이어서 네..하는 민규의 대답소리가 들려 왔고, 난 반가운 마음에 문을 벌컥 열어젖혔다.
내가 들어서자 온 가슴과 배에 온통 붕대를 칭칭 감고 있는 민규가 보였고, 민규는 깜짝 놀란듯 잠시 날 바라봤지만 곧 웃으면서 반갑게 맞아 주었다.
반면에 난 민규의 상태를 보고 심한 죄책감에 시달려댜 했다.
어디하나 붕대, 반창고가 안 붙어 있는 곳이 없을 정도인걸 보니 요한이에게 당해도 어지간히 당한 모양이었다.
그런 내 마음을 알았는지 민규는 환하게 웃으며, 먼저 말을 걸어왔다.
-어서와!!******^^********
-민규야....
-오늘은..강아지 없네?
-응?
민규의 느닷없는 말에, 난 의아한듯 물었고, 민규는 다시 환하게 웃으며 내가 궁금해 하는 것을 말해 주었다.
-날 이렇게 만든 강아지 말이야..민아가 너 대단한 강아지 키운다고 하길래, 한번 만나봐야지했는데..그렇게 사납다고는 왜 말 안했는지 몰라..ㅡ_ㅡ;;
민규의 말에 난 그만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아니, 웃었다고 생각했는데 볼이 축축했다.
그런 내 행동에 당황한 민규는 움직이기 곤란한 몸을 이끌고 나에게 다가와 살며시 쓰다듬에 주었다.
-왜그래? 설마..나때문에 그러는거 아니지?
-흑!!!아니야..그런거..그냥 너 보니깐 너무 반가워서..너무 안심이 되서 그래...흑!
-거짓말!!니 강아지가 속썩이든?
-............
난 그 질문에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냥 게속 울고 또 울었다.
민규도 그런 나에게 더이상 아무것도 묻지 않았고, 난 그런 민규가 고마워서 하염없이 더 울었다.
한참을 민규 품에서 울었고, 드디어 마음이 좀 풀어 졌을때, 민규의 웃음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다 울었어? 푸하하..그나저나 니 강아지 대단하다..난 죽을 때 까지 너랑 민아 우는거 못 볼 줄 알았는데..
민규의 말에 고개를 든 난 베시시 웃었고, 민규는 그런 날 보면서 약간 과장된 표정으로 말을 꺼냈다.
-야..그몰골로 웃지마라..꿈에 보면 영영 혼수상태 빠지겠다.ㅡ_ㅡ;;
-풋~왜? 이 얼굴 계속 보고 싶어서, 못 깨어날꺼 같아?
-야..야!그런 끔찍한 소리 하지 말고 빨리 씻어..저기 세면대 보이지?
난 민규의 말에 일리가 있다 싶어 고개를 끄덕이고는 세면대로 다가가 세수를 하기 시작했다.
내가 세수를 하는 동안 민규는 다시 침대에 돌아가 누웠다. 지금까지 서 있던게 꾀나 힘이 들었나 보다.
세수를 다 마친 나는 나름대로 그윽한 눈빛으로 민규를 바라봤고, 민규는 그에 걸맞게 인상은 쓰며 말했다.
-뭐,뭘 원하냐?ㅡ_ㅡ+++
-얼굴땡겨..ㅡㅡ;;
-어쩌라고?
-로션..
-뭐?
-로우션!!
-그런게 어딨어?
-니꺼라도 줘!!
-내껀 완전 남성용이라 향기가..
-괜찮아 줘.
내말에 민규는 투덜거리며 로션을 내 주었다.
로션에서는 남성 특유의 싸~한 향기가 풍겨 왔다.
얼굴이 시원해지고 마음이 조금 풀린 나는 졸음이 오기 시작했고, 민규의 침대로 비척대고 기어 들어갔다.
그런 내 행동에 당황한 민규의 말소리가 들려왔지만 졸음을 막지 못 한 난 '으음..'이라는 대답으로 일관했다
잠시후, 민규도 조용해 진걸 보니 이미 포기한 모양이다.
난 잠결에 민규에게 요한이에 관한 이야기를 꺼냈다.
-음...요한이는..비지니스에 관계된일 없을땐..이런 화장품 안써..
-그럼 뭐 쓰는데..
-쿡..누크..
-뭐?
-왜..있잖아..아기들이 쓰는거..그거써...
-뭐라고? 푸하하!!!
내 말을 들은 민규는 가슴을 들썩이며 웃었고, 난 그 기분좋은 웃음소리와 편안한 느낌에 잠의 나락으로 한없이 떨어졌다.
얼마나 잤을까?
귓가에 웅웅거리는 소리가 들려왔고, 난 그 소리를 들으려고 노력했다.
-....나...다.
-으음....
-..나라구.....리...는다...
그리고 한참 후에 똑똑히 내 머릿속에 들어온 말은 내 정신을 번쩍 들게 하기에 전혀 부족함이 없었다.
-소다야..니 강아지 찾아왔어..너 안 일어나면 나 이번에야 말로 물려 죽을것 같아....
정신이든 내가 일어나려고 눈을 번쩍 뜸과 동시에 난 요한이의 앞에 서 있었다.
요한이가 날 침대에 있는 민규의 곁에서 빼어내 들어올린 것이다.
날 바라보는 요한이의 얼굴은 과관이었다.
입은 뒤틀어질대로 뒤틀어지고, 눈에는 살기가 가득했으며, 입가에는 요한이가 얼마나 화났는지 명확히 들어나도록 가느다란 경련이 일고 있었다.
-요..요한아...
난 조심스럽게 요한이를 불렀지만, 요한이는 날 뚫어져라 노려 보고 만 있었다.
그런 요한이의 눈빛이 부담스러워, 뒤에 서 있는 민아와 유다가 보이자 도움을 청했지만, 둘은 안타깝다는듯 한번 바라보고는 곧 외면해 버렸다.
내가 어쩔 줄 몰라 하고 있을때, 얼음장 같이 차가운 요한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냄.새.나!!
-...뭐?
-다.른.남.자.냄.새....
-아! 그건..
난 무조건 요한이에게 어떻게 된건지 설명해야 했다.
그러나 지금 화가 나대로 난 요한이가 내 변명을 들어줄리 만무했고, 요한이의 표정과 목소리는 더욱 살벌하게 변해갔다.
[펌] 내남편은 고등학교 1진 짱 - 17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