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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겨울의 꿈   사랑했다 Date : 2002-08-17 05:03:09 | hit : 1029  "바람 많이 분다..문닫아라이~" 11월 10일 부산 광안리 빨간 벽돌 이층집. 창문을 닫으려고 일어선 나는 은주를 잠시 노려보았다. 은주는 아랑곳 하지 않고 엎드려 누워 만화책을 보고 있었다. '가시내야..추우면 니가 닫으면 되지 ..와 맨날 내보고 그라노..' 이 말이 목구멍 밖까지 차올랐으나 이내 가라 앉혔다. 저런거랑 싸워봤자 내만 손해다 싶어서 창문을 닫고 이불안으로 들어갔다. "우하하하하..혜경아 이거 함 봐바라..이 문디는 와이렇게 우끼노.." "됐다.그냥 니혼자 봐라.." 은주가 만화책을 내 얼굴 가까이에 들이댔으나 나는 만화책을 밀어냈다. "그래그래..가수나..잠이나 자라..그래야 피부 안베리지..우하하하하하..." 나는 은주를 다시 노려보았다. '밉상도 저리 밉상은 없을끼다.' 나는 은주랑 등을 돌린채 이불을 덮었다.그리고 상상을 했다. 작정중학교에 다니고 있는 '김효수' '효수와 함께 바닷가를 걷고.. 조개를 줍고.. 내가 효수에게 기대며 효수의 사랑고백을 듣는다..그리고 밉상 은주는 옆에서 울고있다...크크크크크....' 효수는 우리학교에서도 인기가 많지만 타학교에서도 이름이 자자했다. 그리고 서울에서 전학 와 간질간질 서울말을 썼다. 정말 만화책 주인공처럼 싸움도 잘하고 얼굴도 잘생기고 공부도 잘했다. 그런 효수를 은주도 좋아했고  나또한 그랬다. 효수는 정말 그야말로 우리 친구들에게는 위대했다. "혜경아 자나?" 나는 은주 말을 들었으나 모른척하고 이불을 더 끌어잡아 당겼다. "혜경아..있잖아..효수 지금쯤 공부하겠나..오토바이 타겠나.. 아니면..야한비디오 보겠나..크크크크크크" 나는 눈을 감고있었으나 지금쯤 혜경이의 얼굴이 어떤 표정인지 생생했다. 그리고 한마디 할것을 꾹 참았고 억지로라도 잠들려 노력했다. 곧 우리집 불도 꺼지고 앞집불도  꺼지면서 우리방은 깜깜해졌다. 그리고 은주와 나도 새근새근 잠이 들었다. (2) "혜경아 일어나라 늦었다.일나라 퍼득~~~~" 아침마다 일어나는 일이지만 은주가 항상 나를 깨웠다. 그리고 절대 곱게 깨우지는 않았다.엉덩이를 걷어 차거나 머리를 툭툭 치거나 시계를 귀에다 두곤 했다. 오늘도 역시나 엉덩이를 걷어차며 말했다. "이 가스나는 무신 잠이 이렇게 많노..일나라카이~" "일어났다..고마해라.." 나는 눈을 비비며 거울부터 보았다.그리고 얼굴붓기를 확인했다. 은주는 부얶에서 반찬을 싸고 있었고 나도 곧 일어나 밥을 퍼고 책가방을 챙겼다. "야~야~교복 얼렁 입어라 효수 놓친다." "알았다.은주야 미안한데 내 가방안에 도시락좀 넣어도." 그랬다.우리는 학교시간은 항상 빨리 도착했다.단지 효수가 지나가는 시간에 맞추어 가느라 아침 일찍 일어났던 것이다. 은주와 나는 우리집 대문안에서 효수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정각 6시 30분에 효수가 골목에 들어오고 있었다. 그러면 은주와 나는 대문밖으로 나가 이야기하는 척을 하며 걸어갔다. "야야~앞에가는 두 여자 거기 서라.." 그러면 은주는 기다렸다는 듯이 뒤를 돌아보지만 난 항상 한템포 늦게 돌아보곤 했다. "어머~효수야!! 오늘도 일찍 가네..." 은주는 긴머리를 살짝 넘기며 효수가 오기를 기다렸다. 나 역시 효수를 보면서 웃고있었다. "너희들은 잠도 없냐?늙어서 그래..늙어서..하긴 중3이면 시집갈 나이지.." "효수도 참..호호호호호.." 은주는 효수만 있으면 서울말이 절로 나오는듯 했다. 서울사람 이라하면 누가봐도 믿을 정도 였다. 효수는 정말 근사했다.아침햇살에 비친 뽀얀 얼굴에 입술까지 살짝 걸친 목도리며 이마를 살짝 가린 머리카락이 조각을 보는듯 했다. 이런 효수를 한껏더 빛나게 하는것은 남자들 사이에 의리파라고 소문날 정도로 친구라면 어떠한 일에도 달려갔다. 그리고 잘난척하지 않는 성격에 무심코 툭툭 내뱉는 무식한 말 한마디가 오히려 서울말에 친근감을 줬다. "효수야 오늘 마치면 뭐할꺼야?" "몰라~애들 만나면 결정 나겠지.왜?" "아~니...그냥..약속없으면..그래..혜경이랑 자전거 타러가기로 했거든.. 같이 갈래?" 은주는 없던 약속도 효주 앞에서는 정말 잘도 만들어댔다. 그렇지만 나도 싫지 않았기 때문에 오히려 이런성격을 둔 은주가 고마웠다. "글쎄..난중에 우리 학교 앞으로 와봐..애들한테 물어보고 같이 가든가 하자.." 그러면 효주도 못이기는척 열에 일곱은 들어주었다. 그렇게 오늘도 은주 덕분에 효주와 함께 할 수 있어서 나는 수업 끝나기를 무척이나 기다렸다. (3) 여기서 잠시 은주와 내 얘기를 할려고 한다. 은주는 긴 생머리에 갸날프지만 웃음이 많고 활발하다. 그래서 남자아이들에게도 인기가 많고 특히나 여자아이들에게 인기가 많다. 우리는 여중학교이고 효수학교와 얼마차이 나지 않는 거리에 위치해있다. 효수학교에서 은주를 좋아하는 남학생들이 많아 아마도 효수가 거절을 못할때가 많을것이다.효수 친구들 중에도 은주를 좋아하는 애들이 몇몇 있어서이기도 하고 어쩌면 효수가 좋아해서 일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내가 빠지는 인물은 아니다.나는 단지 나이맞지 않게 성숙해서 온몸이 하얗고 애띤 은주를 보면 부러웠다. 나는  가슴도 크고 힙도 커서 왠지 남자아이들이 나를 좋아하면 이상한쪽으로 좋아하는거 같아서 싫었다. 오히려 가슴이 작고 힙만 작으면 내가 더 이뻤을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어디까지나 이건 학교에서의 우리이고 집에서는 너무나 상반된다. 은주는 눈이 나빠 도수가 높은 안경을 집에서 써야 하기 때문에 집에서 보면 영락없는 할머니이고 게으르기는 엄청 게을렀다.(효주보러 갈때는 빼고) 나또한 너무나 게을러 학교에서 보이는 세침떼기와는 거리가 멀었다. 그리고 나는 씻기를 너무나 싫어했다. 은주와는 초등학교때부터 단짝 친구였고 중학교에서는 둘다 입을 맞추기라도 한듯 내숭쟁이들로 변했다.하지만 서로에게 만족했다. 친구도 공부를 잘하고 이뻐야만 한다는 두사람의 공통된 의견이었기 때문이다. 중학교 이학년때 은주 부모님께서 급한일로 외국에 나가시면서 은주가 우리집에 들어오게 되었다.우리 부모님들은 지금 우리집에서 30분가량 떨어진 곳에 살고계신다.2년전부터 외할머니께서 올라오셔 내방을 뺏기고 그때 생각난 내 독립에 나는 가지가지 방법을 다써서 성공적으로 독립하게 되었다. 처음엔 그덕분에 심한 통금 시간에 매일밤 우리집에서 주무시는 엄마. 주말마다 찾아오시는 아버지와 할머니덕분에 많이 시달려야 했으나 은주가 엄마에게 너무나 신임받고 있던차라 우리집에 들어오겠다는걸 아주 환영해서 받들던 나였다. 원래 누구이든간에 방을 같이 쓰는걸 싫어한 나였지만 지금보단 나을거 같아 결정한 것이 오히려 은주의 게으름이 나를 더 부지런하게 만들었다. 그래도 은주와 함께 있으면 즐거웠고 효수이야기도 매일 할수 있었고 여러가지로 좋았던 일이었다. 그렇지만 이 좋았던 일도 고2가 되어서 끝나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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