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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네킹...3   주황소금인형 Date : 2003-01-26 13:20:35 | hit : 439  "어.. 재수씨~ 나 병원 갔다오는길이야. 준영이.. 입원했잖아. 몰랐어? 어제 사고났어. 오토바이사고.." "에이~ 거짓말~~ 장난 진짜 심하네~ 어트케 자기 동생가지구 그런 장난쳐요?" "진짜야~! 그럼 내가 이 시간에 왜 여기있겠냐? 준영이 지금 중환자실에 있어. 한번 가봐야지?" "　　 알았어요~ 믿어줄께여. 난 빨랑 집에가봐야겠다~ 오빠두 빨리 집에 들어가세요." "......" 오빠의 말을 믿지 않았다. 장난일꺼라 생각했다. 워낙 장난 잘치는 사람이니까.. 그러니까 장난일꺼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왜 이렇게 가슴이 뛰는건지.. 뭐가 이렇게 불안한건지.. 그리고.. 왜 또 눈물은 나 오는건지.. 정말 아무것도 알 수 없었다. 그 날 밤 나는 밤새울었다. 알 수 없는 불안감 때문에.. 밤새 울었다. 그리고 다음날 시험.. 어떻게 봤는지 나도 몰랐다. 시험이 다 끝나고 난 나와 같은 학교에 다니는 그 애의 친구이자 나의 10년지기 친구에게 갔다. 그리고 진짜냐고 물었다. 친구가 아니라고.. 내가 또 오빠한테 속은거라고 말해주길 바랬다. 제발.... 제발... 제발 아니길..... "응.." 난 또 울었다. 전날 밤 그렇게 많이 울었는데 또 울었다. 어린아이처럼 우는 나를 친구는 안아주었다. 울지 말라고.. 그만 울으라고 하지도 않고 그냥 말없이 안아주었다. 내가 마음껏 울 수 있도록.. 그 날 찾아간 병원. 면회시간이 될때까지 기다리다 겨우 들어간 중환자실.. 그리고 그곳에 누워있는 그 애. 수술을 금방 끝내고 잠들어있는 그 애가 마취에서 깨어나면서 너무 아파하던 그 애를 보자 또 바보처럼 울것같았다. 그치만 그 애 침대옆에 그 애의 손을 잡고 기도하시는 그 애의 어머니께 죄송해서 울 수 없 었다. 입술을 꽉 물고 참았다. 하지만.. 그 애의 어머니가 해주신 말씀때문에 난 결국 뒤돌아 울었다. "이것.. 준영이가 니 생일 선물이라고 가지고 있었던거야. 준영이가 사고나는 날.. 가지고 있었던거..." 말을 맺지 못하시고 눈물 훔치시는 그 애 어머니에게 받은 진흙이 잔뜩 묻은 작은 선물 상 자. 그 속에 목걸이.. 그 목걸이를 받고 기뻐해야 했을 나였지만 난 그 목걸이를 받고 또 울었다. 바보같이.. #. 딱 그 애 하나만 있으면.. 아직 회복되지 않았지만 답답하다는 그 애의 투정때문에 옮긴 일반 병실로 난 매일 찾아갔 다. 하지만 우리 엄만 그 애를 그리 좋게 보지 않으셨고 내가 병원에 찾아가는 걸 싫어하셨다. 난 엄하신 엄마때문에 그 애를 찾아갈 수 없었고.. 내가 병원에 찾아가지 않는 이유도 그애 에겐 비밀로 했다. 그래서인지 그 애는 점점 불안해 했고.. 퇴원날을 앞두고 외출을 오랜만에 집에 갔다는 그 애를 컴퓨터 메신저를 통해 만났다. 건강해 보여서 다행이었다. 이젠 아프지 않다고 날 위로하는 그 애가 너무 고마웠다. 그리고 그 애가 드디어 내게 비밀이라며 털어놓은 말. "나.. 논다. 술두 마시고, 담배두 핀다." "....알아." "알고 있었어?" "응.. 알아." "그런데.. 괜찮아? 괜찮아?" "응.. 상관없어." 그 애에겐 어려운 고백이었을텐데.. 나에게 솔직히 말해준 그 애가 너무 고마웠다. 이젠 정말 사랑이라고 당당히 말할 수 있을것 처럼 정말.. 정말 그 애가 더 많이 좋아졌다. 그 애말고는 내 눈에 차는 남자도 없어졌다. 딱 그 애 하나면 나한텐 다른사람은 다 필요없었다. #. 친구.. 그 후.. "딴 남자 생겼냐?" "머?? 딴 남자? 장난해 지금?" "그럼 아니야? 그럼 왜 그동안 나 병원에도 안오구.." "너 지금 나 의심하는거지.. 난 나 의심하구 못 믿는 사람 싫다.." "화났어..? 미안하다.." "되따.. 그만하자." 처음으로 싸웠다. 아니. 일방적으로 내가 화낸 거였다. 그러다가 결국 우린 끝났다. "아직도 화난거야?" "응.. 그치만 너...." "그럼 우리 그냥 친구하자." 하..핫.. 친구.. 친구? 나 아직 말 다 하지도 않았는데.. 너 얼굴 보면 나 화 다 풀린다구.. 니 얼굴만 보면 그동안 화났던거 다 풀린다구.. 이말 아직 다 안했는데.. 그런데.. 친구..라고? 그 후 난 정말 힘들었다. 태어나서 처음 술이란것도 마셔봤고.. 다른 남자 만나보려고도 했고.. 밤새도록 울기도 해봤다. 하지만 아무것도 소용 없었다. 술을 아무리 마셔도 취하지 않았고.. 그 애말고 다른 남자는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고.. 밤새 울면 머릿속 생각들이 엉켜버려 그 애 생각만 났다. 그런데 그 애에겐 새 여자가 생겼다. 예쁘고.. 잘 노는.. 그 애와 비슷한 사람. 참 예쁜 커플이었다. #.바라만보기 "나 맞짱뜨러가서 존나게 터지는데.. 딱 죽겠다 싶었는데 니 얼굴만 생각나더라. 나.. 너 좋아하는 것 같다. 사귀자." "나.. 너말고 다른 사람 좋아한다. 넌 그냥 친구로 좋아하는거야. 그래도 괜찮아? 이런 나라도.. 괜찮아?" "나 싫어하는거 아니면 상관없어. 사귀자." 그 애와 비슷한 사람이었다. 그래서 사귀기로 했다. 하지만 얼마가지 못했다. 내가 싸움하러 가지 말라면 안가고.. 담배 피지 말라면 안피고.. 내가 좋아하는 떡볶이두 손수 만들어주던 애였는데.. 그런데 얼마 가지 못했다. 다.. 그 애 때문이었다. 그 애의 여자친구가 몇번이나 바뀌도록 난 그 애하나만 좋아했으니까.. 좋아하지 않는 사람과 사귀는것.. 쉬운게 아니었다. 내게 제일 쉬운건 그냥 멀리서 그 애를 바라보는 것뿐이었다. #.두번째 수술. 지난 여름 수술을 마무리 하는 재수술.. 친구들과 그 애의 병원을 찾았다. 수술실로 들어가는 그 애를 봤다. 침대에 누워 수술실로 들어가는 그 애. 친구들에게 무섭다구.. 들어가기 싫다구.. 웃으며 장난스럽게 말했지만 그래도 난 그 애의 눈을 보고.. 그곳에 맺힌 눈물을 보고 알 수 있었다. 그 애가 얼마나 무서워하고 있는지.. 그 애가 들어가서 나올때까지 난 기도했다. 제발.. 무사히 끝날 수 있도록.. 그 애가 너무 많이 아파하지 않도록 지켜주세요.. 몇시간의 수술이 무사히 끝나고 병실에서 그 애를 봤을때 그 애는 마취에서 깨어나는 아픔 때문에 울고있었다. 그 애의 눈물을 보고 그 애의 병실을 나오며 난 그 애가 흘린 눈물의 몇 곱절 더 많은 눈물 을 흘렸다. 그래도 이젠 다신 마취에서 깨어나는 아픔 겪지 않아도 될 그 애가 다행스러웠고.. 그 힘든 수술을 견뎌낸 그 애가 대견스러웠다. 왠지 그 애가 아프지만 않는다면.. 그럼 나 그 애를 놔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 애에게 신경쓰지 않을 수 있을것 같았다. 그래서 또 기도했다. 다신 이렇게 아프지 않길.. 다신 크게 다치지 않길.. 그 애를 위해서가 아니라 날 위해서.. #. 또.. 그 애가.. 또 다쳤다. 이젠 그 앨 다 잊어간다 생각했는데.. 그 애가 또 다쳤다. 또 오토바이 사고.. 전에 다쳤던 곳을 또.. 또..... 또 사고란다. 또 오토바이 사고란다. 또 다쳤단다. 또 입원이란다. 또 수술이란다. 그래서 난 또 기도한다. 그래서 난 또 운다.. #.마네킹 난 어쩜 마네킹인지도 모르겠다. 한곳만 쳐다보고.. 그곳을 향해서만 미소짓는 마네킹. 언제나 웃고있지만 그 속은 텅빈 마네킹. 난 어쩜 그런 마네킹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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