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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약....2   주황소금인형 Date : 2003-01-26 13:17:39 | hit : 442  신아, 이리와 앉거라. 우리 신이 많이도 컸구나. 허허~ 그런데 신아, 넌 너를 이리도 좋은모습으로 세상에 낳아준 네 어미를 기억하느냐? 그래.. 널 낳고 세상을 등진사람이었으니 너는 모를게다. 참 고운 사람이었단다. 세상엔 있어서 안될만큼 참 고운 사람이었다. 그 사람을 처음본것은 내가 어느 기방을 찾았을때였단다. 내 앞에서 고고한 자태로 가야금을 타던 한 기녀가 있었지.. 참 하얀사람이었다. 희고 둥근 얼굴, 희고 가녀린 손. 난 그 하얀사람이 좋았다. 그저 좋았다.. 그 후 난 그 기녀의 머리를 손수 올려주었다. 한올한올 칠흙같이 검고 비단결같이 아름답게 흘러내린 그 머리를.. 아직도 잊을 수 없구 나. 작은 조롱불앞에서 난 그 기녀에게 사랑을 맹세했고 그 기녀는 이 모자란 사람의 첩실로 들 어왔단다. 그 후, 그 사람은 내 정실부인의 모진 핍박에도 내겐 미소만 보였고 그 핍박을 막아줄 수 없었던 이 한심한 사내를 한번도 원망하거나 책망한적이 없었단다. 참한 사람이었지.. 그러던 그 사람이 나의 아들을 낳았다. 손이 귀한 이 집안에서 태어난 아들을 축하하기위해 난 큰 잔치를 벌였고 3일밤낮을 동네사람들과 함께 즐겼단다. 하지만 그것이 그 사람을 해할줄은 몰랐다. 정말 난 몰랐다. 그 사람은 그 잔치 준비로 산후조리도 제대로 받지 못했고 그래서 병을 얻었지.. 그리고.. 그 병을 이겨내지 못한 그 사람은 세상을 등지고 떠났단다. 그 사람이 떠난 후 나는 매일밤을 술과 눈물로 지샜다. 잠이 들수가 없었어. 눈을 감으면 까만 어두움속에 죽어가던 그 희고 둥근얼굴이 자꾸만 떠올라 괴로워 눈을 감을 수도 없었기에 잠드는것은 생각할 수도 없었지. 미안하였다. 그 사람 생전에 좀더 잘해주지 못한것이 후회스럽고 미안하였다. 그 사람을 죽음으로 몰았던 잔치를 벌인 내가 너무도 싫었다. 그렇게 조금씩 마음속 후회스러움과 미안함을 키워나갔고 그것이 너무커져 감당할 수 없게 되어.. 우습지만.. 한심스러운 짓을 하려 했단다. 그 사람이 좋아했던 정자에서 그사람처럼 하얗던 비단에 목을 메려했지. 하지만 비단의 둥근고리 너머로 작게 보이는 그 사람의 모습에 놀라 난 한참을 그 고리를 잡고 있었다. 눈도 깜빡이지 않았다. 그 그리웠던 모습을 마음에 꼭꼭 담으두려 눈이 따가워 질때까지 눈을 깜빡이지 않았다. 그 사람.. 울더구나.. 살아생전 내 앞에서 한번도 눈물 보인적 없던 그 사람이 눈물을 보이더구나. 그런데 이 못난사내를 위해서 얼굴은 미소짓고있었어. ...미소지은채.. 울고 있었다.. 그리고 그 사람이 나에게 말하더구나. "서방님, 이리 한심한짓을 하시면 어찌하십니까..!! 서방님께서 그리 애달피우시면 제가 몇곱절 더 슬프다는것을 왜 모르십니까.. 소첩 먼저가 기다리겠습니다. 서방님 오실날까지 이 모습그대로 변치않고 기다리겠습니다. 서방님은 명을 다하고 제 곁으로 오셔야 합니다." "여보.. 여보..!!" "서방님.. 죄송합니다.. 먼저 떠난 저를 용서하시고 부디.. 행복하소서.." 그리곤 떠나버렸어. 모질게 떠나버렸다. 나의 마지막 말을 듣지도 않고 떠나버렸어. 난.. 괜찮다 말하려했다. 처음부터 당신이 나와 오래함께 있어주지 못할것을 알고 있었다고.. 처음 당신을 보았을때, 이세상 사람이 아니라는것을 알고 있었다고.. 천상의 사람인것을 알고 있었다고.. 언젠간 날 두고 다시 천상으로 돌아가야한다는것도 알고 있었다고.. 하지만 당신이었기에.. 내가 정을 준 여인이었기에.. 당신과 함께하고싶었다고.. 하지만 당신과 함께한 그 짧은 세월을 잊기 힘들어 이리 어리석은 짓을 했던것이라고.. 당신과 함께한 그 시간들은 내겐 너무큰 행복이었기에.. 신아.. 신아, 듣고 있느냐? 어허~ 이녀석 벌써 잠이 들었구나. 신아 감기들라, 들어가자꾸나. 가을바람은 차단다. 이 애비가 없어주마, 신아 업히거라. 귀뚜라미만이 조용히 우는 밤. 한 어린아이를 업은 선비가 정자를 벗어나는것을 희고 둥근 얼굴을 한 여인이 까만 눈에서 은빛눈물을 흘려내리며 바라보았다. 그 선비의 뒷모습이 하나의 점으로 어둠에 묻힐때까지 여인은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 모습이 어둠속으로 다 사라졌을때 그 여인은 희고 가냘픈 두 손을 모아 큰절을 올리고 나직하게 중얼였다. "알고 계셨습니까.. 모두 알고 계신것이었습니까.. 그리하면서도 이것을 받아주신것입니까.. 왜그리하셨습니까.. 남겨진 당신이 서글퍼질것을 아셨으면서.. 왜 그리하셨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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