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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약... 1   주황소금인형 Date : 2003-01-26 13:17:00 | hit : 451  나 그댈 사랑함은 스쳐지나는.. 잠시뿐인 감정이 아니오라 천년의 곱절의 시간을 그대 그리며 살아오며 그리워하고.. 또 그리워하며 가슴깊이 쌓이고.. 또 쌓이며 나도 어찌할 수 없이 생긴 감정입니다. 그대는 아시는지요. 나. 그댈 사랑함은 나의 의지가 아니라는것을.. =+=+=+=+=+=+=+=+=+=+=+=+=+=+=+=+=+=+=+=+=+=+=+=+=+=+=+=+=+=+=+=+=+=+=+=+=+ "에스프레소." 짧게 주문하는 동양계의 여자. 하얀피부와 까만머리카락, 까만 눈동자, 그리고 까만 투피스정장치마의 차림새.. 그녀는 곧게 뻗은 긴 흑발을 하얀손으로 쓸어올리며 창밖의 풍경을 응시한다. 하얗게 퍼지는 분수대의 물. 그 주위를 거닐며 한가로이 모이를 쪼는 비둘기때. 그리고 그 앞에서 작은 금발소녀의 손을 잡고 환희 웃고있는 한 백인남자. 그 작은 소녀와 같은 금발.. 그리고 회색빛의 눈.. 그를 바라보는 그녀의 눈엔 눈물이.. 맺힌다. '이런 삶을 원하셨나요..? 당신을 닮은 딸과 함께하는 삶을.. 천년의 시간도 기다린 저를 싫다하시며 떠난길. 그 마지막 도착지가 바로 이곳이었습니까.. 나를 사랑한다 하셨습니다. 분명.. 나와 함께 하고 싶다 하셨습니다. 하지만 당신은.. 나를 떠나 당신의 본 자리를 찾으셨군요. 그래요.. 원망치 않겠습니다. 이렇게 가끔 당신을 찾아와 바라만 보겠습니다. 그것까지도 아니된다 하진 않으시겠지요..? 당신은.. 그리 모진 분이 아니심을 알고있습니다. 천년전 당신은.. 한없이 여린 분이셨습니다..' 한방울의 눈물. 그를 바라보는 그녀의 눈에서 천년의 한을 뱉어내듯.. 한방울의 눈물이 작게 떨어진다. #.회상.. 나는 무녀다. 어릴적부터 난 나의 전생을 기억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을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난 그저 그것이 나의 님을 찾으라는 신의 뜻인줄로만 알았다. 그러다 어느날 심하게 앓고난 후 난 내림굿을 받아야 했다. 내 의지가 아니었다. 나는 싫었다. 무녀의 인생이.. 싫었다. 하지만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다. 이것또한 나의 운명이라 생각했다. 모든것을 포기한채 난 나자신을 내 안에 가두며 오로지 다른사람들의 운명만 보며 살았다. 그렇게 난 조금씩 얼어갔다. 그러다 어느날.. 한 백인 남자가 나를 찾아왔다. 그저 한국이 좋아 여행을 왔다는 그. 내가 유명한 무당이라하여 재미로 찾아왔다는것을 솔직히 말하며 멋쩍게 웃던 그. 그를 본 순간 나는 흐르는 눈물을 참을 수가 없었다. 나의 눈물을 본 그는 당황하여 미안하다.. 미안하다.. 수없이 되풀이 하였다. 난.. 알 수 있었다. 그는 내가 기다렸던 님이었다. 천년의 곱절의 시간을 되풀이하며 기다리고.. 또 기다렸던.. 난 그와 나의 전생이 보이는데.. 그래서 이렇게 마음이 아프고 힘이든데.. 왜 그는 아무것도 모르는건지.. 무심한 님.. 참으로 무심한 님.. 그가 처음으로 원망스러웠다. 하지만 그에게 난 아무런 말도 해줄 수 없었다. 내가 천년이 넘도록 오직 당신만을 기다리고 또 기다리며 이렇듯 힘들게 살아왔다고.. 말하려 했으나.. 말하려 했으나.. 나에게 자신의 고향에 있는 임신한 아내와 그 아이의 건강을 묻는 그에게 난 나의 전생. 아니 우리의 전생에 대한 아무런 말을 할 수 없었다. "어여쁜 딸을 얻으시겠습니다.. 참으로 곱고.. 아름다운 소녀로 자랄것입니다. 걱정 마십시오. 당신의 가정엔 항상 평안이 가득할 것입니다. 허나, 당신의 아내.. 건강이 좋지 않습니다. 아내에게 각별히 신경 써주십시오." 그의 아내는 곧 세상을 떠날 운명이었다. 허나 아내를 너무나도 사랑하는 그에게 슬픔을 줄 수 없었다. 곧 알게되겠지만.. 그래도 나와 함께 있을때만은 그가 행복하길 바랬다. 그리고 그가 나의 공간을 떠날 시간이 되었을때.. "제가 당신의 여행을 도울 순 없겠습니까?"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 이말을 하기까지 난 얼마나 큰 갈등을 했는지.. 그는 조금 놀라는것 같았지만 곧 환한 웃음으로 좋다 하였다. 그 미소는.. 전생의 그 미소와 참 많이도 닮아있었다. 그 미소를 보자 난 또 서그퍼져 그의 앞에서 또 눈물을 보이고 말았다. 몇달후, 그는 다시 프랑스로 떠났다. 그와 함께한동안 참으로 많은 일이있었다. 그에게 전생에 우리가 함께 했던 곳들을 소개해 주었을때 그는 그곳들이 낯익다 하였다. 그리고.. 좋다 하였다. 나는 그때.. 참을수 없는 원망으로 잠시 냉정을 잃고 그에게 말했다. "왜 기억하지 못하시는것입니까!!! 왜.. 왜 소녀와의 전생을 기억치 못하시는 것입니까!!! 저를 사랑한다 하시지 않으셨습니까...!! 전생에서 이루지 못한 우리 사랑.. 후생에 이어나가자고 그렇게 약속하지 않으셨습니까!! 그런데 왜요!!! 왜 기억치 못하시는 것입니까!! 소녀에게 그 힘든 짐을 다 지우시고 당신은 당신의 나라로 떠나시겠지요! 천년이 넘는 시간을 기다려 왔습니다.. 그런데 그 기나긴.. 시간을 기다려온 저를 왜 기억치 못하고 그냥 떠나려 하십니까...!!! 왜... 왜요..... 흐흑...." 그는 천년의 한을 이기지 못하고 터뜨려버린 나를 조용히 안아주었다. 나는 그의 품에서 한없이 울었다. 그동안의 한을 다 풀어버리려했다. 그의 품에서.. 다 풀어버리려 했다.. "미안해요. 당신과의 사랑을 잊은 저를 미워하지마세요. 많이 싫어하셨겠지요? 그렇게 굳게했던 약속을 잊은 저를 많이 원망하셨겠지요? 미안해요.. 미안합니다.. 하지만 많이 기억하려고했는데도 그 약속이 안 기억나요. 그런데.. 그 약속이 안 기억나는데도.. 당신에게 사랑하는 마음은 어떻게 할 수 없어요. 당신을 많이 사랑해요. 당신을 처음 봤을때부터 한눈에 사랑을 보았어요. 당신이랑 같이있고 싶어요. 그러나 제겐 아내와 조금에 태어날 아기가 있어요. 그래서 당신이랑 같이 있으기가 힘들어요. 나를 이해하지요?" 서툰 한국말로 조용히 내 귀에 속삭여 주던 그. 나를 사랑한다.. 나와 함께하고 싶다.. 그 말을 얼마나 오랫동안 기다렸는지.. 얼마나 바랬는지.. 그 말을 듣자 난 더 크케 울었다. 어린아이처럼.. 그렇게.. 그의 품에 안겨서 한참을 울었다. 그 후 난 그를 보내주어야했다. 그가 원한 길이었기에.. 난 웃으며 그가 프랑스행 비행기를 타러 들어가는 그 뒷모습이 보이지 않을때까지 손을 흔 들었다. 그리고 그의 시린 뒷모습이 나의 눈에 비치지 않을때 난.. 그대로 주저앉아 멍하니 그의 간 길을 바라보았다. 이젠.. 눈물조차 흐르지 아니하였다.. 그가 보고싶었다. 천년도 마다않고 기다렸던 내가 한달전에 보았던 그가 보고싶어 미칠것만 같았다. 그로인해 나는 너무 약해졌다. 그래서 무작정 그가 간 길을 따라갔다. 프랑스행 비행기를 타고 그의 고향을 찾았다. 어렵사리 찾은 그의 주소. 그의 집앞 작은 카페에서 매일 그를 기다렸다. 그리고.. 그를 보았다. 딸과 함께인 그의 모습은 너무나도 행복해보였다. 그래서 난 눈물 한방울로 그동안의 한을 씻고 그를 보내주었다. 이제 더이상의 기다림은.. 없다. 천년의 시간도 내겐 너무나 힘든 시간이었기에.. '행복하십시오.. 이젠.. 당신을 놓아드리겠습니다.. 소녀 잊으시고.. 부디 행복하십시오..' -.애련(哀戀) [부제:오래 함께하지 못할 것을..] 모두 알고 계신것이었습니까.. 그리하면서도 이것을 받아주신것입니까.. 왜그리하셨습니까.. 남겨진 당신이 서글퍼질것을 아셨으면서.. 왜 그리하셨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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