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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진 후에...15
=유하=
Date : 2004-02-09 04:14:46 | hit : 602
오늘도 당신에게 미안하단 말로 시작을 하네여...
과음한 탓인가...당신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예민하게 다가왔어여
조금 다퉜죠...그리고 언제나처럼 당신이 화내지 못하고 져주고...
그런데두 술 탓인가 자꾸만 눈물이 났어여...
숨이 멎을듯이 꽤 오랜 시간을 울었죠...
친구도 동생도 날 달래려고 많이 노력했는데,우는 모습 보이면
안되는건데 그걸 알면서도 눈물이 멈추질 않았어여...
당신이 내게 돌아온거라고 믿고 싶었죠...
예전 같은,아니 예전보다 더 따뜻하고 다정한 당신의 모습이
자꾸만 당신이 다시 내게로 돌아온 거라는 기대를 갖게했죠...
내가 없는 동안 당신의 곁을 지키던 그 애...그 애에게 모질게
굴었어여...내 눈물 때문에 새벽에 달려온 당신을 자랑했죠...
원래 내 사람이었으니 당연히 내 곁에 다시 둬야겠다 했죠...
그 앤 나한테 어차피 아무 말 할 수 없을테니까,내가 당신의
옆자리에 다시 가겠다 해도 그 앤 어쩔 도리가 없을테니까
그 앤 당신에 대해 어떤 기득권도 주장할 수가 없으니까
난 모질게 당신이 그 늦은 시간에 날 위해 달려와주고 나와
함께 있다는 걸 얘기하고 그 애에게 상처를 줬죠...
그 애가 병원으로 갔다는 지인의 메세지를 비웃으며 바라보고
이내 내 멋대로 지워버렸죠...
당신을 바꿔달라는 그 애의 사정하는 듯 울먹이는 말투에 난
묘한 카타르시스를 느꼈는지도 몰라여...
어차피 당신에게 그 앤 그렇게 별 것 아닌 존재였다는 걸 더욱
뼈저리게 깨닫게 하고 싶었죠...내가 이렇게 손을 놓아줬어도
그 앤 당신을 가질 수 없었단 게 내게 위안처럼 느껴졌죠...
오늘 아침 해가 뜰 때까지 당신과 술을 마셨죠...
당신도 나도 술에 취해 그동안 피해왔던 얘길 조금 했죠
내가 알고 있는 그대로였어여...더 상처 받을 일도 마음 아플
일도 없고 더도 덜도 아닌 딱 내가 생각하고 있던 그만큼...
오후 늦게 눈을 뜬 당신은 또 아무 일 없었던 듯 내게 뭘 먹을지
묻고 술이 깨질 않는다고 투정 아닌 투정을 하고 커피 한 잔을
건네죠...나를 내려주고 돌아선 당신은 역시 딱 그만큼의
거리에 있는 것 같아여...
아무렇지 않게 당신은 오늘의 약속이 취소 됐다면서 전화를
걸어왔죠...집에 들어가서도 가벼운 통화를 계속 했죠
그 애가 병원에 있다는데 당신은 그 애에게 전화조차 하질
않은 것 같네여...그리 모질지 못한 사람인데,당신이 모질지
못해 지금까지 내게 이렇게 상처 받았는데 그 애를 이렇게
냉정히 떼어내는 군여...
내겐 다행스런 일인거죠?내가 상처받는 일에 당신이 달려와
준 것처럼 그 애에게도 그렇게 달려가 위로하면 어쩌나하고
걱정했어여...당신은 날 위로해야 할 사람인데 그 앨 나처럼
달래고 있으면 또 너무 맘이 아플 거 같았거든여...
다행이예여... 당신이 날 실망시키지 않아서...
그리고 고마워여...이런 내 철없는,당신을 곤란하게 하는 행동
아무 말 없이 다 받아줘서...
오늘은 당신의 출근시간에 맞춰 전화를 해 사랑한단 말을
해야겠어여...당신이 어느 자리에 있던 누구와 함께이던
내게는 늘 그 모습 그대로의 내가 사랑하는 사람일 뿐인걸여
헤어진 후에...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