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눈이 처음 내리면 우리 함께 가기로 했던 바닷가에
나는 지금 이렇게 와있는데...
1시간이 지나도..
2시간이 지나도..
날이 지고 눈이 소복히 쌓여가고 있는데도..
넌 오지않아..
무슨일이니...
해민아....
나 은설애..
오늘부로 해민이와 두번다시는 만나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나쁜놈..
20여분정도 걸어 바닷가를 벗어나 버스정류장에 섰다.
종점인지라 버스 여러대가 서있었고 그중 사람이 아무도 없는
한버스에 올랐다.
버스 맨뒷자리 창문가쪽에 내 몸을 기대어
아까보다 더 내리고 있는 눈을 보며 애써 눈물을 참았다.
버스가 출발하면서 참고있던 내눈물이 볼을 타고 흘렀고
입을 꽉문채 흐느껴 울었다.
2시간을 넘어서야 집앞 버스정류장에 도착했다.
어느새 눈발은 조금씩 약해지고 있었고
나는 입김을 손에 불어가며 아주 천천히 집으로 걸어갔다.
어차피 집에 가봐야 아무도 없을텐데...
그래서 더욱 들어가기 싫었다.
그러나 금새 집앞에 도착한 나는 요즘 드문 자물쇠통을 잡고
열쇠로 열어 미닫이문을 열었다.
조그만 부얶이 곧 보이고 또 미닫이 문을 열면
3평남짓한 방이 보인다.
그리고 나는 코트를 벗고 침대에 걸터앉아 침대옆에 놓여있는
해민이 사진을 살며시 들었다.
해민이는 나보다 1살작은 아이였다.
2년전 고등학교 2학년때 미팅으로 만났는데 우린 20살이라고 속이고
그쪽에서도 20살 대학생이라 하여 만났다.
그런데 남자쪽에서 한명이 일이 있어 못나왔다는것이었다.
그럼 5:4가 되는건데 우리쪽에서 바짝 긴장하고 있었다.
정말 20살같은 큰키에 부드러운 얼굴들이었기 때문이다.
남자쪽에서 한명이 갑자기 그랬다.
"야..해민이 한테 전화할까?"
그러자 다른 한명이 그랬다.
"야야..갠 안돼..너무 어려보이잖아.."
"ㅋㅋ 어려보이긴하지..그렇지만.."
그말을 들은 내친구가 그랬다.
"괜찮아요~^^ 좀 어려보이면 어때요.ㅎㅎㅎ"
나도 그렇게 생각했다.
어차피 20살인데 뭐...
그래서 한명이 해민이한테 전화를 한거였고
여러번 실갱이도중에 해민이라는 애는 30분뒤에쯤
나타났다.
생각보다 빨리와서 다들 고개를 뒤로 돌리는데...
어려보이긴하는데...
정말 어려보이긴하는데...
너무나 하얀이미지에 살짝 웃으며 커피숍을 들어오는 그모습이
모두다 똑같이 느꼈었던거 같다.
정말 미소년이었다.
키는 별로 크진 않았지만 단정된 옷차림과 웃을때 살짝 들어가는
한쪽 보조개가 우리여자쪽을 어필하기엔 충분했다.
남자쪽에서 잠깐 해민이에게 핀잔을 주며
니녀석때문에 오늘 또 미팅 망친다며 웃고 떠들었다.
정말 ...
내친구들 모두 아마 해민이가 짝이되길 바랬을것이다.
물론 안된다해도 다른 남자아이들도 그다지 빠지는 인물은
아니었기때문에 분위기는 화기애애했다.
그렇게 우리의 첫만남은 시작되었었다.
[첫눈의약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