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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은.....
그리핀
Date : 2003-05-04 21:15:02 | hit : 628
자식을 향한 부모님의 마음...
어머니를 향한 자식의 마음...
이보다도 더 아름답고 따뜻한 일들이 있을까요...
5월은 가정의 달이라고 하죠..?
그리고 감사와 행복의 달이라 해요...
오늘 제가 특별히 좋은님의 글들이 모인 좋은생각이란 책을 읽고 몇편의 글을 준비했습니다..
지금 저와 비슷한 입장의 글도 있고.. 슬픈 가슴아픈 사랑을 보게 되어 눈물을 글썽이기도 했죠...
푸른성 가족 모두의 가정에 항상 화목하고... 사랑과 행복이 가득하길 바라며 글남깁니다...
행복하세요...♡
< 10분의 배움도... >
어머니는 갓난아기 때 크게 앓고 난 뒤 목 뒷부분에 큰 혹이 생겨 등이 약간 구부정하다. 어려서부터 영특하셨다는 아버지는 군대에서 사고를 당하면서 그만 정신지체 장애인이 되고 말았다. 두 분 사이에서 태어난 나는 비록 몸은 건강했지만 환경 탓인지 어려서부터 사람 대하는 일이 너무 힘들었다. 그런 내가 이렇게 잘 자란것은 어머니 덕이다.
어머니는 당시 어렸을 때 남들과는 다른 외모 때문에 또래로부터 놀림 받는게 싫어 학교에 가지 않은 것을 무척 가슴아파하셨다. 그래서 늘 배움을 중요하게 여기셨다.
초등학교 3학년, 눈이 굉장히 많이 내린 겨울 어느 날이었다. 늦잠을 자는 바람에 그만 버스를 놓치고 말았는데, 눈이 무릎까지 쌓인 길을 30여분 정도 걸어서 학교에 가야 했다. 귀찮기도 하고 불쑥 공부하기도 싫어져 학교가는 척 나와서는 집 창고에 몰래 숨었다. 그런데 어떻게 아셨는지 어머니는 나를 찾아냈다. 그리고는 외투도 걸치지 않고 아침에 일어나신 옷차림 그대로 내 손을 이끌며 학교에 가자고 하셨다. 나는 손을 뿌리치며 투정을 부렸다. " 눈도 많이 쌓였고 또 지금 가 봤자 너무 늦어서 오후 수업 밖에 못 받는단 말야." 어머니는 내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말씀하셨다. "준희야! 10분의 배움도 1시간의 배움과 같은 것이야!" 어머니는 내 손을 꼭 붙잡고 걸음을 재촉하셨다. 그렇게 학교에 다다랐다. 한창 수업중인 교실로 들어가 앉았는데 창문 너머로 펑펑 내리는 눈 속을 걸어가는 어머니의 뒷모습이 보였다.
그때는 어머니가 원망스러웠는데, 돌이켜 보니 직장생활 하면서 항상 부지런히 배우고 일하는 지금의 생활태도가 그런 어머니의 가르침에서 비롯된 듯한다.
" 어머니,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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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가 이 세상에서 한평생 사는 동안 가장 의미 깊은 일은 '가정' 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이루어 진다. (S.코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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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버지의 두 모습 》
아버지는 20여년 동안 운영하던 체육관 경영이 어려워지자 처분하고 노래 연습장을 개업하셨다. 노래 연습장은 밤에 손님이 많아, 아버지는 늘 피곤해하셨다. 난 짬짬이 일을 도왔고 방학 때는 간단한 청소나 심부름을 도맡았다.
어느 날 아버지가 몸살에 걸려 병원에 가시고 내가 가게를 보았다. 때마침 아주머니와 아저씨들이 우르르 들어오셔서 방으로 안내했다. 그런데 술에 취한 한 아주머니가 박자에 맞춰 문 손잡이를 마구 돌려 대시더니 급기야 손잡이를 망가뜨렸다. 아주머니는 왜 손잡이가 고장난 방을 줬냐며 오히려 내게 화를 내셨다. 어이가 없어 대들었고, 말다툼이 일고 말았다. 잠시 뒤 아버지가 돌아 오셨는데, 내 설명을 듣고는 아주머니께 버럭 소리를 지르셨따. 운동을 하신 아버지의 좋은 체격과 위엄 있는 목소리에 아주머니 일행은 곧 미안하다 사과하고 다시 방으로 들어갔다.
일이 수습되고 아버지가 먼저 집에 가라고 하셔서 나왔다가 두고 온 가방이 생각나 다시 가게로 갔다. 그런데 내 앞에 펼쳐진 광경이란... 아버지가 아까 그 아주머니 일행에게 죄송하다며 연신 고개를 숙이고 계신 것이 아닌가! 아버지는 나와 눈이 마주치자 얼른 외면했다. 나는 가방을 들고 뛰쳐나와 버렸다. 눈물이 빗물처럼 흘렀다. 체육관 하실 때, 이웃들로부터 당당하고 듬직한 분으로 인정받던 아버지셨기에 충격이 더 컸다.
하지만 지금, 나는 그때의 아버지를 존경한다. 자식 앞에서는 자식의 억울함을 이해해 주는 아버지, 손님 앞에서는 손님을 왕으로 모셔야 하는 가게 주인으로서 최선을 다하신 아버지...
" 아버지!! 저는 당당하고 멋진 예전 모습보다 지금의 당신이 더 자랑스럽습니다."
【 마 지 막 대 화 】
" 엄마, 난 다시 태어나도 꼭 엄마 딸이 될 건데, 엄마도 내 엄마 되어 줄 거야?"
엄마는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이고....
" 난, 엄마 딸이어서 행복했어요." 엄마는 다시 고개를 끄덕이고.... 그것이 엄마와 저의 마지막 대화였습니다.
어떤 분이 자기 어머니의 임종을 옆에서 지키면서 나눈 마지막 대화입니다.
참 아름답습니다. 이 세상에서 가장 슬픈 장면인데 왜 이렇게 아름답다는 생각이 드는 걸까요.
나는 엄마 딸이어서 행복했다고 말하는 딸의 말을 들으며 이 세상을 떠나는 어머니의 심정은 어떠했을까요. 푸근하고 뿌듯했을 겁니다. 기력이 다하고 통증 또한 심해 말조차 할 수 없는 어머니이지만 딸의 말을 들으며 ' 그래, 내가 이 세상을 잘못 살고 가지는 않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으리라 여겨집니다. 그리고 살아온 한평생 삶에 대한 긍정은, 죽음을 편안하게 받아들이는 계기가 되었을 겁니다.
다시 태어나도 내 엄마가 되어 달라는 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어머니의 마지막 모습, 이 마지막 대화는 얼마나 사람의 가슴을 울리는 말입니까 그러면서 얼마나 인간적인 아름다움을 느끼게 하는 말인지요.
인연의 수레 바퀴가 돌고 돌아 어느 먼 후생에서 이 모녀가 다시 태어난다면 자리가 바뀌어 태어날지 모릅니다. 인연설에 의하면 그럴 확률이 더 높습니다. 어머니가 자식이 되거나 베풂을 받는 이가 되고, 딸이 부모가 되거나 사랑을 주는 이가 될 가능성이 더 높습니다. 갚아야 할 것이 있는 사람이 베푸는 자리로 옮아 가고 사랑을 받기만 했던 사람이 한없이 베푸는 자리로 가는게 윤회의 법에 더 맞을 듯 싶습니다. 다음 생에서도 받기만 하는 이로 태어난다는건 어쩌면 이기적인 심사인지도 모르지요.
그러나 이 대화의 깊은 뜻은 거기에 있기보다 지금 이승에서의 삶에 대한 고마운 마음에 있습니다. '엄마의 딸이어서 행복했다' 는 말은 엄마가 베푼 헤아릴 수 없는 고마움을 표현하는 것입니다. 어머니에 대한 고마움을 표현하는 말 가운데 이보다 더 아름다운 말이 있을지요.
삶과 죽음과 인연이 이럴 수만 있다면, 죽음으로 이별하는 부모와 자식의 대화, 이 세상을 떠나는 이와 남는 이의 대화가 이럴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5월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