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안녕하세요.
왠지 첫말은 이렇게 써야될 것 같아서,
평소에 쓰지도 않던 존댓말을 썼어.
이곳에 쓰는 이유? 나도 몰라.. 그냥 아무한테도
들키지 않고 아빠는 내 마음 다 아니깐
읽을 수 있을거 같아서.. 그래서..
잘지내? 요즘도 막 술먹어? 아니지?
설마.. 하늘에서는 그러면 안돼,
할머니, 할아버지 잘 모셔야돼.
효도못해드렸잖아. 그러니깐..
난 언제 하늘가지.. 우리아빠 호강한번 못해줬는데..
아빠, 나 오늘 이빈후과 갔다왔는데
알레르기성 비염이 심하데.. 코가 많이 간지럽긴해
오랫만에 아빠를 추억하고 싶어서일까..
벌써 7년이다. 휴.. 시간 엄청 빠르네,
언젠가는 10년, 20년.. 훌쩍 지나겠지?
보고싶어.. 진짜 너무 보고싶어..
저번꿈에 왔을때 못알아볼뻔했어.
꿈꾸고 너무 슬퍼서 진짜 너무 슬퍼서 일어나서
막 울고 엄마한테 전화해서 또 울었어.
너무 슬퍼서.. 너무 슬프니깐 감당이 안돼서 그랬는데
괜히 그랬나봐, 엄마가 또 너무 슬퍼하자나.
나 이렇게 생각이 없어,
아빠가 옆에서 혼내주고 파리채로 때려줘야되는데
나비빗자루로 엉덩이도 때려주고 그래야 정신차리는데..
기억나?
동생들하고 장농에서 장난치다가 아빠가 와서
나무빗자루로 다른애들은 다 한대씩 때리고
난 장녀라고 몇대 더 때려서 막 운거..
그 다음에 아빠가 안아주고 과자사주고..
그때가 너무 그립다. 아빠..
나 힘든거 없는데 너무 힘들어,
엄마가 더 힘들텐데,
나 점점 추억을 잊어가, 그래서 아빠가 꿈에 올때마다
기억해둘려도.. 아침마다 일어나서 다시 기억하곤해.
꿈마저 잊어버리면 나도 아빠도 너무 슬플꺼 같아서..
그래서.. 아빠, 불러보고싶어
아빠 사진보면서 아빠라고 불러도 아빠는 대답도 없고..
몇일전에 할머니 제사라서 작은아빠네 갔다왔는데
침대에서 나랑 애들이랑 자고 있는데..
작은아빠가 나만 빼고 작은아빠 딸들만 꺠워서
나 너무 슬펐다.. 진짜 너무너무 슬펐다..
나도 아빠가 있었으면, 아빠가 나 꺠우면 되는데
난 꺠워줄 사람이 없어서 너무 슬펐다.
애들은 짜증내면서 하지말라고 막 그러는데
난 너무 부러워서.. 막 자는척 했어..
진짜 너무 슬펐다,
어떡하지? 아빠보고싶은데 ..
이력서 쓸때도 너무 슬프다.
누군가가 아빠 머하시니? 라고 물어볼때도 슬프고
애들이 아빠애기할때도 슬퍼.
웃어보이기는 하는데 너무 슬프다.
적응이 안돼.. 어떡하지,
이렇게 적응못하면 어떡해
그럼 아빠도 슬퍼지자나, 근데 진짜 어떡해..?
나 너무 슬퍼서 펑펑 울고싶은데,
누군가한테 기대서 펑펑 울고싶은데
그러기가 쉽지가 않네..
아빠는 기댈 사람도 없을텐데, 내가 이러면 안돼는데..
엄마도 우리가 보지 않는곳에서 울겠지?
그럼 아빠, 바람이 되어서라도 좀 위로해줘
나하고 경진이는 그렇게 못하자나,
우린 못보니깐.. 아빠가 좀 위로해줘
나 지금이라도 울고싶은데 ,
가끔은 나도 하늘에 가고싶어.
진짜 힘든것도 아닌데, 너무 힘들게 느껴져서
답답해, 아빠.. 보고싶어.. 보고싶어
진짜 너무 보고싶어.
보고싶어.
아빠가 있던 그떄로 돌아가고 싶어.
아빠가 내 옆에서 웃고있던 그떄로 돌아가고 싶어,
타임머신 만들고 싶어.
그래서 다시 그 날로 돌아가고 싶어,
나 내 자신이 너무 시러..
용서해줘.
아빠, 그럼 이만 쓸꼐..
오늘 꿈에 올 수 있으면 꼭 와줘
진짜 너무 보고싶어..
가장 보고싶은 사람에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