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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봄날처럼   카이샤르 Date : 2005-03-14 00:34:10 | hit : 1177  시인 조윤주 슈베르트의 세레나데에 빠져 달콤하고도 우울한 곡조에 심취해 있을 때 내 안에 당산나무로 선 나의 사랑을 열어 초록의 잎새를 깨우고 싶다 상처난 마디 몸 밖으로 흘러나오던 누런 고름, 그 황홀의 절정을 보고 싶은 것이다 그를 사랑하던 시간 내 눈물샘의 우물은 좀처럼 가뭄 들지 못했다 지하 몇 백 미터를 뚫고 들어간 수맥처럼 사랑한다는 것은 오감과 촉감 실핏줄까지 엉켜 고통의 영토를 누비며 솟아오르는 것 그러나 폐공이 된 나날들이 계속되면서 그 지나온 고통이야말로 생명을 가진 자의 혜택임을 올림픽공원 장승을 보다가 내 마음 골짜기 어딘가에도 빛바랜 장승이 서 있음을 깨달았다 처녀막을 뚫고 새롭게 태어나는 잎새처럼 장승이 된 나의 사랑도 잎새를 틔우고 싶은 것이다 처절한 고통을 몸으로 쓰고 싶은 봄날 오후 두개골 밖 정수리 위에 걸린 따사로운 태양의 시계가 그와 내가 서로의 수액을 핥던 시간에 멈춰 있고 나는 눈물로 가뭄든 영토를 적셔나가던 시절을 품에 안은채 위대한 광장으로 남은 허공을 올려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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