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은 날 보다 비 오는 날이 더 많은 장마철, 왠지 우중충하고 고독해지지? 솔로든 커플이든 옛 사랑의 추억이 떠오를 꺼야. 비가 오면 생각나는 사랑의 추억 속으로 빠져 보는 건 어때? 풋풋하고 여렸던 그때 그 시절 이야기.

                
    

갑자기 내린 소나기, 비를 피해 어딘 가로 함께 뛰어 본 기억 하나쯤 갖고 있지 않나요? 근래 영화 클래식에도 나오는 장면. 그가       웃옷을 벗어 커다란 팔을 쭉 뻗어 들고 그와 나의 우산을 만들어 주던 기억 말예요. 빗물에 젖어 몸의 온기가 아지랑이가 되고 그의       땀냄새가 은은히 베어 나오던 그 품, 오늘 같은 날 그 품에 한 번 더 안겨 보고 싶어져요. 그가 옆에 서 있는 건만으로도 그땐       너무 가슴이 콩닥거렸는데… 그런 사랑 다시 할 수 있을까요? (25세, 블루체리)                     너무 어렸던 우리는 막연한 미래를 약속하며 헤어졌어요. 학생이기에 열심히 공부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그가 그 말을 내게 하던 날,       비가 무척 많이 내렸죠. 다행이었어요. 빗물 때문에 내 눈물이 안보였으니까. 우린 커플 반지를 나누어 가졌죠. 대학에 가서 많은       사람을 만나도 서로가 너 뿐이라는 생각이 든다면 3년 뒤 헤어진 오늘 이 반지를 꼭 끼고 학교 교정에서 다시 만나자고. 3년 뒤       그 날도 비가 내렸어요. 난 빗 속을 뛰어 우리가 다니던 교정을 찾았죠. 너무 뛰다 보니 온몸이 흙탕물, 수도 가에서 대충 닦고       있는데 멀리 그가 보였어요. 그는 한걸음에 달려와 내 손을 보더니… 뒤 돌아 사라져 버렸습니다. 내가 손을 닦지만 않았어도…비만       내리지 않았어도…(20세, 눈물여신)                     그는 바람 같은 사람입니다. 현재 사귀는 남자와 3년 정도 사귀었을 때 갑자기 내 앞에 나타난 그. 의무감인지 권태기였는지 심드렁할       때, 나에게 다가 와 심장을 멈추게 한 사람입니다. 난 그와 특별한 대화 없이 첫만남에서 섹스를 했죠. 나도 놀랐습니다. 내가 그런       행동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이. 그와 만날 때면 항상 난 그의 연인이었는데… 그 외에는 아무 사이도 아니었죠. 그로 인해 육체적 쾌감이란       걸 알게 되고 난 마약에 중독되듯 그에게 중독되어 갔습니다. 그와 만날 때면 늘 비가 내렸죠. 지금도 비가 내리면 그와의 짜릿했던       시간이 떠올라 온몸에 전율을 느낍니다.                     그와 헤어졌습니다. 난 혼자서 차를 몰고 미친 듯 빗속을 달렸죠. 내가 멈춘 곳은 야외의 한 노천 카페. 모두 비를 피해 실내 좌석을       이용했지만 단 한 남자가 비를 맞으며 야외 석에 앉아 있더군요. 나도 야외 석 한 귀퉁이 의자에 앉았습니다. 그리곤 빗물 덕에 실컷       울고 있었죠. 그때 나보다 먼저 비를 맞고 있었던 그가 다가와 따듯한 커피 잔을 건네 주었습니다. 그의 눈빛은 내가 울고 있는 이유를       다 알고 있다는 듯 했죠. 눈물을 멈출 수 있는 능력을 상실했다는 걸 알았는지 그는 내게 부드럽게 입맞춤을 해주었습니다. 외로움과       추위를 달래주던 비오는 날의 낯선 남자의 키스, 난 비가 내리면 그때 그 추억에 잠깁니다.(26세, 레인)                       그는 고교 때 교생 선생님입니다. 방과 후 몹시도 비가 내렸죠. 우산을 안 가져와서 어떻게 하나 걱정하는데 교생 선생님이 검은         우산을 쓰시고 빨간 우산을 하나 들고 가는 겁니다. 평소 꽃 미남이라 관심이 있었기에 우산을 달라고 떼를 썼죠. 얼굴이 빨개지는         게 여자친구를 위한 것인 듯 했습니다. 난 샘이 나서 학생을 위해 뭐든지 할 수 있는 게 선생님 아니냐는 둥 초보 선생님을 당황하게         했죠. 그것을 계기로 그 선생님은 현재 제 남자 친구가 되어 있답니다. 비가 내리면 난 가끔 그 빨간 우산을 들고 교복을 꺼내         입고 남친 회사로 마중을 나갑니다.(20세, 열혈황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