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턴가 당신의 고민과 아픔을 깨닫기 시작했습니다. 바깥 공기 속에선 하늘만 바라보며 살아야하는 당신에게 내 옷깃, 내 손짓 하나 하나에 묻어온 바람의 향기를 맡게 해드리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이미 타버린 메마른 마음 속에 꽃 한 송이 피우기가 왜 이리 어려운지 모르겠습니다. 당신은 오늘도 우실지 모르겠습니다. 소리내지 못하는 속울음에 어제까지 멍지었던 가슴은 오늘 또다시 새로운 멍자국 하나 맞이하겠지요. 그대가 남과 같지 않음은 당신의 생각이 지어낸 사실같은 허상입니다. 나는 화초를 키우기엔 널부러진 돌들이 너무도 많은 정원사입니다. 언젠가 그대의 아픔이 가슴 찢기는 늪지의 아픔이라 말했던 것이 떠오릅니다. 아파할수록 발버둥칠수록 깊숙히 빠져 헤어날 수 없는 늪지 말입니다. 그래요, 그렇습니다. 수용하느니 부정하고 외면하고 싶으실 심정, 비슷한 심정을 겪어보았기에 그대를 이해합니다. 그대 마음은 저 어두운 심해와 같이 번지는 어둠임을 느끼기에 그 깊은 어둠을 견디어내기가 힘이 듭니다. 당신을 외면하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당신에게 화를 냅니다. 그대가 못하신다면 제가 도와드리겠습니다. 수용하세요. 제가 당신께 바라는 것은 오직 이 한 가지입니다. 수용하세요. 당신은 스스로가 너무도 이성적이라 하시지만 제가 보기엔 극단적인 감정에 휩싸여 스스로 빚어낸 오해일 뿐입니다. 누군가 말했듯 제가 만들어내는 말장난이 사실을 왜곡한 것일 뿐이라 하실지 모르지만 그것은 지금 그대의 마음이 꼭 닫혀있기 때문일 겁니다. 어차피 모두가 타인입니다. 그러나 그대의 어머니와 형제들이 타인이듯이 그대와 마주치는 모두 역시 타인임을 기억하셨으면 합니다. 타인이되 타인같지 않은 타인이 될 수 있음을 아셨으면 합니다. 모두에게 거리감을 가지실 것은 없습니다. 그대는 그대이기에 사랑받고 있지 않습니까? 그대가 용기를 내셨으면 합니다. 그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