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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기도
이혁수
Date : 2002-10-15 07:38:38 | hit : 473
저와 형은 쌍둥이여서 입학이며 졸업 등 하는 일마다 많이 겹치곤 했습니다.
게다가 중학교부터는 학교도 달라져 어머니는 늘 난처해하셨지요.
그때마다 형과 저는 서로 눈치를 보다가는 서로 양보하며 미루곤 했습니다.
어머니가 과연 어떤 선택을 하실지 늘 궁금했거든요.
저와 형은 우유를 먹고 자랐습니다.
그래서 시골집 장작더미 옆에는 몇 년 동안 그만큼의 높이를 한 우윳통이 쌓여 있었다고 합니다.
저희 둘이 언제나 같은 시간에 젖을 달라고 보채니 그럴 수밖에 없었던 것이지요. 어머니는 늘 두 개의 젖병을 나란히 누워 있는 우리에게 물리셨는데,
팔이 조금씩 저려 와 젖병이 조금이라도 내려갈라치면 어김없이 울어대는 통에 어머니는 늘 그런 벌이 없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우리의 입학과 졸업에는 그 우유가 없었습니다.
중학교 졸업 때의 일입니다.
형이 순순히 어머니를 제게 양보했습니다.
저는 형의 마음은 헤아리지 않고 마냥 좋아만 했지요.
그런데 막상 졸업식이 끝나고 나니 형이 자꾸 마음에 걸렸습니다.
그래서 어머니와 저는 졸업식이 끝나자마자 택시를 타고 형의 학교로 달려갔습니다.
그런데 이미 졸업식은 끝나고 운동장은 텅 비어 있는 겁니다.
어쩔 수 없이 어머니와 저는 무거운 마음을 안고 집으로 돌아왔지요.
그런데 형이 집앞에 쪼그려 앉아 있는 것이었습니다.
하필 열쇠를 안 가지고 나갔다지 뭐예요.
형에게 더 미안하더군요.
하지만 형은 조금의 불평도 없이 아주 의젓했습니다.
그날 새벽, 어렴풋이 무슨 소리가 들려 살그머니 눈을 떠 보니 어머니가 자고 있는 형과 저의 가슴에 손을 대고 기도를 하고 계셨습니다.
지금도 그때 어머니의 모습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그때 어머니는 눈가를 눈물을 훔치셨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저와 형은 어머니의 기도로 자라 이제 주무시고 계신 어머니의 가슴에 손을 얹고 기도할 만큼 성장했습니다.
그래서인가 봅니다.
우리 쌍둥이 자매가 아무 탈 없이 잘 살아올 수 있었던 것은….
어머니의 기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