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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족을 안고 서울로-   옛사랑 Date : 2002-11-06 13:38:28 | hit : 501  내가 중학생 때였다. 아버지는 무릎에서 시작된 골수암으로 인해 다리를 절단 하셨고, 암이 폐로 전이되어 계속 항암치료를 받으셔야 했다. 아버지의 병이 깊 어지자 어머니는 병간호를 위해 직장을 그만두셨고 병원비로 인해 우리집은 빚 이 나날이 늘어 갔다.   아버지는 친척과 동창들에게 치료비를 부탁하셔야 했다. 돈이 모이면 병원에 가서 항암치료를 받고 돈이 없으면 치료를 중단하고 퇴원을 했다. 이런 식으로 아버지의 투병생활이 계속되고 병은 점점 악화되어 어느덧 폐암 말기에 이르렀 다. 산소호흡기를 착용한 아버지는 목소리까지 변해 말도 못하게 되자 대신 내 게 돈을 빌릴 수 있는 사람들에게 전화를 해 달라고 부탁하셨다.   수첩에 적힌 번호를 차례로 누르며 퍽 자존심이 상한 나는 속으로 많은 눈물 을 삼켜야 했다. 내가 왜 구차하게 이런 구걸을 해야 하나, 하며 아버지를 원망 하기도 했다.   '아빠 미안해요. 이젠 나도 힘들어요. 병은 나아지질 않고 자존심도 상해서 때 론 아빠가 고통스러워하지 않게 빨리 돌아가시게 해 달라고 기도를 드리기도 해 요. 아빠 정말 미안해요.'   아버지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없을까 하며 생각해 낸 것이 의족이었다. 아버 지가 완쾌하시면 달아 드리려고 맞춘 것이었다. 난 한번도 쓰지 않은 의족을 비 닐봉지에 싸들고 역으로 갔다. 의족은 정말 무거웠고 마음은 복잡했다. '한번도 가 본 적 없는 서울을 혼자서 어떻게 찾아가고 또 도착하면 뭐라고 말해야 하나 돈을 받을 순 있을까?' 그런데 기차표를 끊고 나니 새로운 용기가 솟았다.   '그래, 난 아빠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는 거야!'   기차 안에서도 나는 의족을 꼬옥 안고 있었다. 그 다음날, 통장으로 50만원이 들어왔다. 원래 한 번 맞춰 판 의족은 돌려받지 않지만 사정이 워낙 딱하니 부품 값을 쳐 주겠다는 주인아저씨의 배려였다. 이 일로 아버지와 어머니는 무척 기뻐 하며 날 자랑스러워하셨다. 아버지께서 돌아가신 지금 나는 수능을 코앞에 두고 있지만 힘들고 지칠 때마다 이렇게 외친다.   "아빠! 딸 은화가 의족을 안고 서울로 향하던 그 마음으로 열심히 공부할게요. 용기 잃지 않게 꼭 지켜봐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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