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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수의 주기도문
하늘빛시아
Date : 2003-06-01 18:01:00 | hit : 598
1. 돈 없음을 얼굴에 새기고 다니는 사람이 되게 하소서
2. 찬밥에 맹물만으로도 능히 3일을 버틸수 있는 튼튼한 위장을 갖게 하소서.
3. 라면이란 음식을 신의 은총으로 여기고
감사히 먹을줄 아는 마음을 갖게 해주소서.
4. TV에서 엊저녁에 봤던 프로가 오늘 아침에 재방송으로 또 나와도
전혀 지루함을 못느끼게 하여 주시옵소서.
5. 방바닥 장판에 새겨진 도형들의 기하학원리를 파악할수 있게 해주시옵시고,
천장과 벽에 새겨진 꽃무늬들의 아름다움에 감탄할수 있게 해주시옵소서.
6. 어쩌다 밥상에 고기가 올라오는 날이라든지,
주말의 명화에서 간만에 새로운 신작 프로를 방영해 준다든지,
하는 정말 작은 일에도 행복 을 느끼게 하여 주시옵소서.
7. 각종 요금 독촉전화 때문에 전화벨 소리만 들어도
깜짝깜짝 놀라게 해주시옵고, 어쩌다 친구전화인 줄 알고 받았던 것이
요금 독촉전화일때는 능히 '부재중 메시지' 목소리!로 변신할수 있는
능력을 갖게 해주시옵고, 그것이 불가능하다면 전화 잘못 걸었다고 되려
큰소리치는 뻔뻔함을 갖게 하소서.
8. 처음 본 친구집에 가서도 전혀 불편함을 못느끼게 하소서.
9. 무릎 삐친 운동복 한벌만으로 능히 한달을 버틸수 있게 해주시고,
한달에 한번 그 바지를 빠는 절약정신을 키우게 하소서.
10. 그 바지 세탁한 날에는 팬티와 런닝차림으로 나돌아 다닐수있는
용감함을 갖추게 해주시옵소서.
11. 목욕과 세수, 그리고 머리감는 일은 일주일에 한번만 하게하여
환경보호에 이바지할수 있도록 하여 주시옵소서.
12. 간만에 친구가 불러내도 술마실 일이 아니면
나가지 아니하게 하여 주시옵소서.
13. 시간감각이 둔해지게 하여 주시옵소서.
14. 무협지 없이는 인생을 무슨 재미로 살까 하는
철학적 고민도 하게 해주시옵소서.
15. 만화방아저씨에게 호감이 가는 낯짝으로 만들어 주시옵소서.
16. 디스 피우는 내 앞에서 디스플러스 피우는 부러운 인간들을
저주하게 만들어 주시옵고, 어쩌다 얻어 피운 말? 막?한대에
감동의 눈물을 흘리게 해주시옵소서.
17. 소주 알기를 생명수로 알고,
김치보다 더좋은 안주는 없다는 걸 알게 해주시옵소서.
18. 주위사람들의 구박과 구타를 묵묵히 견뎌내는
무신경함을 자랑하게 해주소서.
19. 날짜 감각도 둔하게 하여 주시옵소서.
20. 운동부족으로 뱃살만 늘어나게 하여 주시옵고,
늘어난 뱃살 덕분에 방바닥을 구르는데
탁월한 솜씨를 발휘하게 하여 주소서.
21. 언제나 바쁜 척하게 해주시옵소서.
22. 부모님의 잠드는 시간에 맞춰 눈을 뜰 수있게 해주시옵고,
부모님이 깨시는 시간에 맞춰 눈을 감을수 있게 해주시옵소서.
23. 부모님의 기분이 조금이라도 안좋은 기미가 보이면 재빨리
숨을 장소를 마련케 하여 주시고, 부모님의 기분이 조금이라도
좋아보이면 토할 것 같은 애교와 닭살오르는 아양을
떨어 꼭 용돈을 타낼 수 있게하여 주시옵소서.
백수의 주기도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