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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을수 없는 수학시간   주황소금인형 Date : 2003-01-26 14:41:07 | hit : 496  고등학교 2학년 수학 시간이었다. 당시의 수학 선생님은 아이들 사이에서 [미친곰]이라는 닉넴으로 불린, 마치 디아의 바바리안을 연상케 하는 (엄청난 파워 + 단순무식) 분이셨고, 문제풀이 위주로 진행 되는 수업시간은 공포 분위기 그 자체였었다. "오늘 날짜가 몇 일이지? 11일인가? 흠... 그럼 15번 25번 35번... 55번 나와서 문제 풀어라-_-" 항상 날짜를 물어보곤, 날짜와 전혀 상관없는 번호를 지목하셨기에-_-;; 나같이 수학을 못 하는 평민들은 수학이 들어 있는 요일만 되면 변비 증세까지-_- 생길만큼 무섭고 두려운 시간이었다. 그날은 유난히 졸음이 쏟아지던 날이었다. 수학 시간에 조는 건 곧 죽음을 의미했다. 죽고 싶지 않았던 나는 졸음을 쫓기 위해 온 몸을 비비 꼬고 별 짓을 다하였더랬다. 그러나, 한번 밀려 온 졸음은 쉬 물러나지 않았고, 어느 새 졸고 있는 나를 발견하곤 소스라치게 놀라 눈을 뜨는 짓을 반복하게 되었다. 이러다간 정말 맞아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던 나는, 신문에서 귀를 자극하면 졸음을 쫓을 수 있다는 말을 어렴풋이 기억해 냈고, 당시 손에 들고 있던 샤프의 뚜껑(모나미에서 나오는 제도 샤프의 뚜껑은 다른 샤프의 뚜껑보다 얇고 길다)으로 귓구멍을 강하게 자극하였다. "오옷!! 정말 효과가 있는 걸..." 정신이 조금씩 맑아옴을 느낀 나는 졸음을 완전히 쫓기 위해 샤프 뚜껑을 더욱 깊이 귓속으로 집어 넣었고, 제법 긴 샤프 뚜껑이 귓구멍 속으로 거의 다 들어갈 정도로 집어 넣었었다. 그 때였다. "으악!!!!!" 귀속으로 슬슬 집어 넣던 샤프 뚜껑이 실수로 귓속으로 들어가 버렸다!!! 순간적으로 당황한 나는 손가락으로 귓구멍을 마구 쑤셔댔고, 그러는 와중에 샤프 뚜껑은 귀속으로 완전히 들어가 버려 이젠 손가락도 닿을 수 없는 "고막의 저끝"까지 들어가 버리게 되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슬며시 웃음이 나오는 상황이지만... 당시엔 귀머거리가 될지 모른다는 공포 때문에 거의 제정신이 아니었었다-_-;; 샤프 뚜껑이 고막을 자극하여 귀는 찢어질 듯이 아파왔고... 바퀴벌레가 귓구멍을 통해 내장까지 들락거린다는 말이 새삼 떠올라서 샤프 뚜껑이 귓속으로 완전히 사라져 버릴까봐 (샤프 뚜껑을 잊어버리면 샤프를 다시 사야 되지 않는가!-_-;;) 머리를 한 쪽으로 숙이고 조용히 손을 들었다. "선생님..." (수학 시간에 손을 들어 본 것은 그 때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지 싶다-_-;) 미친곰의 수업시간에 손을 든 "미친노오옴.."이 누군가 하는 듯 아이들은 손 을 든 나를 쳐다보았고... 나는 모두의 시선을 한 몸에 받으며 조용히 말을 꺼냈다... "샤프 뚜껑이... 귓구멍에... 들어갔습니다..." 순간... 당황함에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던 선생님의 모습을 난 평생 잊을 수 없을 것이다.. 샤프 뚜껑은 예상보다 더 깊이 들어갔다. 양호 선생님은 몇 번 시도해 보다 안 되겠다 싶으셨는지 (내가 엄청 비명을 질렀거든-_-;) 119를 부르셨고, 결국 구조요원이 와서 샤프 뚜껑을 빼내였다. 내가 나간 후, 우리 반 분위기는 어떠했는지에 대해 친구의 말을 인용하는 것으로 대신하겠다-_-; (친구의 증언) "선생님은 아주 어려운 공식에 대해 땀을 뻘뻘 흘리면서 설명을 하고 계셨죠. 반 대부분의 아이들은 그 말을 이해하지 못하였고, 선생님은 선생님대로 꾸벅꾸벅 조는 아이들을 보시면서 존나 열 받고 계셨더랬죠. 이윽고, 설명을 마친 선생님께선 "이해가 안 되는 부분 있나"라고 말씀하셨고, 그 말씀 뒤엔 응용 문제를 풀게 하여 졸고 있던 아이들을 응징하겠다는 의지 비슷한 것이 숨겨져 있었으니... 아...일촉즉발이라는 상황은 이런 때를 위해 준비된 말이 아닐까 싶습니다. 누군가 한 명이 명쾌한 질문을 해서 시간을 벌어 주었음 좋겠다는 생각을 간절히 하는 순간, 믿을 수 없게도 우리반 수학 꼴찌인 이원영이 손을 드는 게 아니겠습니까!! 선생님 이하 반의 모든 아이들이 그를 주목하였고, 그는 얼굴이 백지장처럼 하얗게 질려서는 이렇게 말하는 거였습니다... "샤프 뚜껑이 귓구멍에 들어갔습니다... " 그 녀석이 너무 진지하고도 다급하게 말하였기에 선생님과 우린 아무도웃을 수 없었습니다. 분명, 너무나 웃긴 말임에도 말이지요... 하여튼, 녀석을 양호실에 보내놓고, 우리 모두는... 음... 제 기억으로 수학 시간에 그렇게 웃어 본 적은 평생 첨이자 마지막 싶더라구요... 결국 기분 좋아진 수학 선생님은 이후 수업을 부드럽게 풀어 가셨고, 맞아 죽을지도 모를 그날 우린 한 대도 맞지 않고 넘어갈 수 있었죠. 반 평균 수학 점수를 언제나 까 먹던 녀석이 우리에게 준 마지막 선물이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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